미래에셋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반대
우리금융, 올해가 지주사 전환적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15년 미국 해외 출장길 비행기에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기 자산운용을 통해 아시아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워런버핏이 설립한 미국의 다국적 지주회사이다. 주력 사업은 보험업으로 36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는 보험회사들이 많으며, 그 외에 보석, 가구, 식품, 제조업체 등을 소유하고 있다.

2007년, 워런버핏은 국내 유일의 ‘버크셔 헤서웨이’ 완전자회사인 대구텍을 방문하기 위해 처음 방한하기도 했다. 워런버핏은 ‘버크셔 헤서웨이’를 통해 다른 기업들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으며, ‘헤서웨이’의 지분 38%를 소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버크셔 헤서웨이’를 지향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하나의 지주회사를 통해 지분투자를 하는 모델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대표적인 폐해인 순환출자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현재는 우리나라 금융그룹들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한 박 회장이 최근 공정위로부터 미래에셋 그룹의 지배구조개선 요구를 받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지주사로 전환하면 투자계획이나 자회사 설립 등에 제약이 걸려 지주사 전환에 드는 비용보다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래에셋 한 관계자는 “기존 재벌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승계과정에서 편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거나 오랫동안 만들어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해결하기 위함이나 미래에셋그룹은 어떤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주사로의 전환이 당국의 관리·감독 필요성 때문이지만 다음해 ‘금융그룹통합감독제’ 도입이 예고된 만큼 굳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관리·감독의 효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의 지주사 전환 이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상조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가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그룹과 달리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지주사 전환의 최적기”라며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손 행장의 발언처럼 그간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은행은 2016년 민영화 성공과 동시에 지주사 전환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광구 전 행장의 채용비리 논란, 잔여지분 매각 문제 등 우리은행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지주사의 양도차익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 전환이라는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두 금융그룹의 추후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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