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기획부, 日 '화이트리스트' 韓 제외, 종합대책 마련...
추경안 국회 통과,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본격화...
금융권도 위기상황에 발빠르게 대응

문 대통령은 일본 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한국과 일본이 본격적인 '경제전쟁'에 돌입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응,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맞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정부-정치권은 물론 산업과 금융, 기업들이 함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에 본격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을 두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직접 받는 159개 품목을 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공급에 차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근본적으로는 소재·부품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지원, 매년 예산 1조원을 소재 국산화 지원을 위해 투입하고, 국산화 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도 대폭 확대한다.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금융·세제 지원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소재 개발에 필요한 화학물질 취급 관련 인허가도 대폭 완화시켜 일본 경제보복조치로부터 입을 우리나라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쓴다는 것이다.

■ 文대통령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각의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는 1시간35분 동안 긴급 국무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靑-정부-정치권, 종합적인 '경제전쟁' 본격 대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국무회의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와 관련, 합동브리핑을 열고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겠다”며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고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관광, 식품, 폐기물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하여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분들이 왜 우리가 적극적으로 특사 파견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지만, 이미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5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일본 대응 관련 예산을 2732억원 증액 편성했다. 최종 규모는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원에서 약 8700억원이 삭감됐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대응에 필요한 관련 예산은 삭감이 없었다.

■ 국내 산업-기업 피해 최소화, 산업경쟁력 강화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강경하게 맞서는 동시에 국내 산업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재-부품 기술 개발 등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재정 추가 투입은 물론 세제 지원 등으로 통해 기초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먼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국내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다. 추경을 통해 2732억원을 추가 반영키로 했다. 기술개발 957억원, 실증 및 텍스트장비 구축에 1275억원을 투입한다. 창업 등 자금지원에는 500억원을 할당했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소재·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R&D 투자전략 및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종합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2020년부터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소재 기술 개발 등에 투입될 2732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기업의 설비투자, R&D. M&A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10조원 이상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소재 기술 개발에 필요한 화학물질 취급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 출시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기술개발 인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고, 재량근로 활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요측인 대기업과 공급측인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이 함께 참여, R&D부터 양산화 등을 공동개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 수요기업과 중소기업, 공급기업 간 연결관계를 상생협력 차원에서 강력히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다음주 발표될 소재부품장비 대책에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권도 '경제전쟁'에 발 빠른 대응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오후 시중은행장과 금융기관장들을 소집하는 긴급회의를 갖고,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시중은행들도 피해기업들을 위한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금융부문 점검 TF(태스크포스)를 운영,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에게 미칠 리스크를 모니터링해왔다. 

3일 간담회에서는 수출규제 피해 기업들에게 대출과 보증을 확대 공급하고, 기존 대출과 보증만기를 연장해주는 내용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 대체품목 생산기업, 불매운동 피해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정책금융기관을 주축으로 유동성 자금 공급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방안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적인 대응방안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금융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 반면 서민금융시장에는 충격이 클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 시장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금이 17조원 정도로 파악돼 전체 시장의 4분의 1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자칫 위험이 한꺼번에 가중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도 2일 오후 각각 이주열 총재와 윤석헌 원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유동성 점검과 피해 산업-기업 파악 등 전반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윤 원장은 여름휴가에서 조기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나 화이트리스트 명단 제외 조치가 예상되자 지난 1일 오전 금융감독원에 출근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해 왔다 

시중은행들도 피해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대출상품을 긴급 출시하는 등 일본의 비상식적인 경제보복에 대해 금융권도 이미 지난달부터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시중은행, 피해예상 기업 금융 지원에 나서

은행업계는 피해 예상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 초점을 맞춰 이미 지난달부터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1일 소재·부품 전문 기업을 지원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 소재·부품 전문 기업에 0.5%p를, 일본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게는 연 0.3%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분할상환 기일 도래 기업에 대해 분할상환금 유예를 실시하고, 원금 일부상황 조건이 있는 여신의 만기 도래 시 일부 상환을 면제하고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기업을 신속히 판별, 지원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수출제한조치, 금융보복, 불매운동 등 피해 예상 기업을 유형에 따라 나눠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생산차질로 피해를 입은 경우 일시 유동성 자금을, 반도체 등 연관사업 중소기업에는 여신 만기 연장과 금리감면을 지원한다. 또 일본은행 거래기업 대상으로는 대환대출 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에 따른 대체품목 생산 가능 기업에 대해서는 시설자금 및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 대상 M&A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출규제 관련 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소재부품 전문 기업 등 규제 관련 영향도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상품 출시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피해기업 여부를 떠나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도 수출규제 피해 중소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만기일이 다가온 여신에 대해 상환을 연장해주고 피해현황에 따라 금리우대나 수수료 감면 등의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일본의 2차 경제보복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8월 중, 9월까지 3분기 중 우리나라 관련 산업은 물론 개별기업들에게 위험이 불시에 닥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피해기업들의 지원과 함께 전체 금융시장이 버틸 수 있도록 각 은행들 역시 기초체력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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