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확증편향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확증편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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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우리들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 한다. 그런데 보고 듣는 것은 사실이 확인될 수도 있으므로 나중에 자신의 생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생각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나 검색 자료를 참고하여 결정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도 편향적일 수 있지만, 조언을 듣거나 자료를 검색하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행지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 먼저 여행한 사람들의 댓글도 보게 된다. 댓글에는 호의적인 것도 있고, 비판적인 것도 있다. 그런데 댓글을 읽으며, 자기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작용한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좋은 댓글이 더 눈에 들어오고, 싫어하는 대상에는 나쁜 댓글이 더 눈에 들어오는 식이다.

확증편향은 추상적인 경우 신념으로 전환되기 쉽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기 때문에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정부정책에 대하여 인터넷 등에서 지지 반응과 반대 반응이 갈리는데, 본인이 지지자일 경우에는 지지 반응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이 반대자일 경우에는 반대 반응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지지하게 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비난하게 된다.

이번 정부 들어서서 원전중단, 4대강 보 허물기,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자사고 폐지, 급격히 달라진 대북한 및 외교 정책 등에 찬반이 완전히 갈리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50%를 넘나들고 있고 여당의 지지도도 높으나, 반대자들의 집회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언론들은 이를 모두 잘 소화하지 못하고, 인터넷과 유튜브 1인 방송에는 상반되는 정보들이 넘치고 있다. 국민들의 정서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제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전체 사회가 지나친 확증편향 함정에 빠져 있다.

확증편향이 심화되면 외부세계에 눈을 막고 독선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확증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으로 다듬어져야 한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이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토론교육과 질서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사회교육이 부족하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아이들은 왕자와 공주로 받들어 길러지고 있다. 학교교육은 평준화와 인권향상의 여파로 윤리와 태도교육이 결여되고, 교실에서는 아이들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의를 위해 타협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공동체는 몇 사람의 것이 아니다. 국가는 어느 누구도, 어느 집단도 자기네 마음대로 전횡할 수 없다.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를 하기 위해 정당이 있고, 정당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담당한다. 정부는 한시적이고,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정권을 잡았다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집권당 이외의 세력들과 타협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소통이 요체다. 집권세력이 확증편향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정권이 자유롭게 교체되어야 하는데, 교체될 때마다 정책이 극단적으로 바뀐다면, 국가의 영속성이 훼손되고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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