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대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조합 부설 연구소 출범시키며, '조합 업 그레이드'...
'좀비 협동조합'은 정리해야 중소기업 자생력 회복

주대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지난 23일 회원사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설연구소 현판식’을 개최했다. 조합은 회원사의 기술개발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1일 부설연구소를 공식적으로 설립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인정을 받았다. 조합 부설연구소는 융복합기술 중심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주대철 조합 이사장과 30일 얘기를 나눴다.

■ 협동조합 가운데 연구소를 설립한 조합이 흔치는 않다. 준비 기간과 그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 지난 1년여 동안 준비과정을 거쳐 시장여건, 기술변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부설연구소 법정 조직화를 이뤘다. 이제 부설연구소가 문을 연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각종 신기술 정보제공과 공유로 기술기반 융복합 제품의 개발·생산을 돕는 데 버팀목이 될 것이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기술 기준과 표준화에도 회원사들 입장을 적극 반영시킬 수 있도록, 연구소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그래서 기술을 주도하는 조합으로 성장하는 것이 밑그림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위기를 맞은 우리 중소기업들을 위해 회원사가 공통으로 사용하거나 기술 파급효과가 큰 수입 제품이나 부품의 대체품을 개발-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의 중장기적 발전 방안은.

- 이제 산업분야별 협동조합은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 조합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IT 장비회사로 성장한 화웨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 시장에 우리 조합 회원사들의 기술력으로 도전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화웨이 본사 고위급 인사가 지난달 방한해 57년의 오랜 전통을 가진 우리 조합과 의견을 나눴고,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과 기술력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울러 국내 조달시장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ICT 제품력·기술력을 앞세워 동남아 국가들의 조달시장 문도 두드리고 있다. 조합이 발 벗고 나서 컨소시엄 형태로 태국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개별 기업으로는 엄두를 못 내지만, 우리 조합 차원에서 회원사들을 한 데 묶어 도전할 수 있다. 그 분야도 많을 뿐 아니라 넓기까지 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성과로 증명하겠다. 

■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 굳이 경쟁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조합은 타 조합에 비해 업무집행이 시스템화 돼 있다. 제품별 이슈에 대해 관련 업체들을 소집해 당면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업무적 시스템이라든지, 중소기업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회원사와 조합의 소통, 아울러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고 있는 CEO 및 직접생산확인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통신기기 박람회 참여와 해외 세미나 개최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의 비전과 방향 제시가 회원사 사업에 나침반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600여개 협동조합 가운데 거의 절반에 이르는 300여개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요건만으로는 협동조합이 자생력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 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 산업분야별 협동조합을 통해 반영돼야 한다. 결국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이라는 구호가 더 이상 형식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확실히 정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 이른바 ‘좀비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건강한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협동조합법 구조상 기본적으로 해당 조합 산업표준분류에 해당 업종의 업체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되면서 출자금을 통해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의 틀을 유지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하지만, 그런 자생력을 가진 협동조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협동조합도 허다하다. 협동조합의 이사장이나 이사 등 임원은 반드시 업종의 대표성과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 임원직을 세를 불리거나 이사장 직을 내세워 개인적인 사업을 벌이는 데에만 악용하려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나서서 정리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며, 의무다. 600여개의 협동조합 중에서 ‘썩은 사과’ 협동조합을 골라내 퇴출시키든지, 아니면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중소기업이 바로 서고,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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