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노동계 의견만 반영, 기업 어려움 가중"...
노동계 "ILO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노동법 개악"...
노사 첨예하게 대립, 입법 과정 난항 예상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98호 비준을 위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의 정부 입법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이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서 입법 과정의 난항을 예고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98호 비준을 위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의 정부 입법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이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서 입법 과정의 난항을 예고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정부가 국재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3개 관련법 개정을 입법예고하고 나섰으나, 경영계·노동계 등 노측과 사측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 비준과 관계법 개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98호 비준을 위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의 정부 입법안을 공개했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협약의 내용과 국내법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31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정기국회 중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고용부가 내놓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골자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다. 산별노조 등 초기업 노조에는 지금도 가입할 수 있지만 기업별 노조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노조위원장 등 임원의 자격은 기업별 노조에 한해 재직자로 제한한다. 아울러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퇴직공무원·교원·소방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도 허용한다.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지만 지휘·감독이나 총괄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은 가입을 제한한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하지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해 과도한 급여를 주지 못하게 했다. 경영계가 도입을 주장한 단협 유효기간 확대와 사업장 점거 제한도 포함했다. 노조법을 개정해 단협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쟁의행위 중 사업장 내 생산 및 주요 업무시설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점거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안에 경영계·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서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했다.

경영계는 ILO핵심협약 관련 정부안이 노동계 중심이라며 반발했다. 경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안대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보다 강화되고 활성화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선진화해나가야 하는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고려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노사 간 입장이 균형되게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경영계는 전반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총은 "공익위원 권고안이 친노동계 교수 위주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파행적인 운영 과정에서 제시한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이라며 "노사 합의 여부는 물론이고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유산된 안으로서 법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총은 "우리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노사관계의 토양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 차원의 논의가 되어야 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등도 반드시 연계되어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향후 정부입법과정과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노동계 역시 ILO핵심협약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근거로 결사의 자유 협약(제87호․제98호)과 강제노동 금지 협약(제29호)과 무관한 단협 유효기간 확대, 사업장 점거 제한 등 재계의 부당한 요구를 정부입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입법안 내용은 ILO핵심협약에 한참 미달한다. ILO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해 본말을 전도시켰다”고 성토했다.

이어 “노조의 조합원 및 임원 자격에 대한 법적 제한,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제한, 노조전임자 활동 및 근로시간면제한도에 대한 입법적 개입 등은 ILO 핵심협약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며 “정부입법안의 바탕이 된 공익위원안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결코 합의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법개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측도 “ILO 핵심협약과는 상관도 없는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 연장은 ILO 헌장과 협약 위반이다. 명백한 노동개악이다”며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사업장 출입에 개입하고, 조합 임원의 재직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은 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대한 역행”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노동계는 정부가 국회 비준과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관련 입법을 국제 기준에 맞추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도 개진했다. 특히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경영계가 요구하고 있는 사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에 지금의 정부안에 경영계 요구가 더 반영될 수 있다”며 “이에 정부는 ILO핵심협약 비준부터 하고 이 후에 국제 기준에 맞춰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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