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다음달 정도나 인하를 추측했던 시장의 예상을 깬 ‘전격’ 인하였다.

언제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소비침체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장기전으로 가고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까지 겹쳐 나라경제가 내우외환에 휩싸인 지경이다.

경제의 최전방에 서있는 기업들은 말해 무엇하랴. 어딜 봐서, 뭘 믿고 투자를 할 수 있겠나. 한국은행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는 전년 대비 -5.5%까지 고꾸라져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낮췄다. 기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따라붙은 이 ‘2.2%’라는 수치가 참 낯설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정책운용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까지 하다.

2000년대 초반 DJ정부시절 기자는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를 출입했었다. 건국이래 가장 나라경제가 휘청였던,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았던 ‘외환위기’(IMF)를 거치며 우리 경제는 큰 고통이 수반된 대수술을 통해 여기저기 곪은 자리를 과감히 도려내고 체질을 새롭게 바꾸어 다시금 전진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 중요한 과정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당시 국가경제 사령탑이던 재정경제부의 진념 전 장관 겸 경제부총리였다. 그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2002년 4월 공직을 떠났다.

그 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응원전의 함성 “대~한민국”은 단순히 ‘축구 잘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자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남은 IMF의 상처를 위로하는 국민적 에너지의 발산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기자는 과천 정부청사 기자실에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대로 추정하는 기사를 썼었고 그 해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5%대였다. 미국경제 성장률이 당시 2%대였다. 당시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외환위기 이후 5년만에 1만달러를 회복했고 지금의 3만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었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지고 개발도상국가를 거쳐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던 모습에서 갈수록 낮아져 저성장의 수치를 큰 기복없이 이어가는 그림을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해 연간 2.9%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에 있어 한국은 지난해 2.7%로 경제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에 이미 역전당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미국경제에 대해 “고용호조와 소득개선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 비해 대미 의존도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덩치의 미국경제가 잘나가는 것을 보고있자면 현재 우리 경제가 놓인 처지가 한층 씁쓸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요소인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어느 하나 긍정적인 전망이 없다는데 있다.

지난 2016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0여년전 펴낸 저서 '부의 미래'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변화의 물결 최전선에 기업이 섰고, 그보다 한참 뒤처진 후방에서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지체시키는 조직으로 정부 관료조직과 그 보다 더한 정치집단을 들었다. 그 때에 비하면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져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세상은 저만치 내빼는 시대가 됐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패권을 놓고 고래싸움을 하고 있고, 일본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쥔 채 눈 하나 깜짝않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은 지금 어떤 조건에서 어떤 무기를 쥐고 싸우고 있는 것일까. 또 이들 '전사(戰士)들'에게 제때 보급품을 전달하며 지원군 역할을 해야할 정부와 정치인들은 거들고나 있는 것일까. 오히려 전략요충지에서 보급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9년 7월, IMF를 극복했다며 우리 스스로 대견해하던 2002년 그 때로부터 꽤나 긴 시간이 흘러, 기자는 당시 다니던 회사가 위치한 여의도로 다시 돌아와 대내외 파고(波高)를 이리저리 정신없이 맞고있는 중소기업들을 취재하고 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갈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며 씁쓸하고도 조금은 쓸쓸한 기분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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