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선거란 늘 후폭풍이 뒤따른다. 26대 중앙회장 선거가 끝난 지 5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니편 내편’으로 갈등국면이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선거과정에서 생긴 반목을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김기문 중앙회장은 나름대로 반대편에 섰던 인사들을 과감하게 등용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등 탕평책을 펼치기 위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하지만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

선거 당일 5번째로 부회장에 선임된 A씨는 지난해부터 세무조사와 노동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A씨가 대주주로 있는 파주소재의 한 회사는 파주세무서로부터 ‘탈세혐의’로 수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그룹의 본사가 있는 인천으로 불통이 튀었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다고 치자.

A씨는 언론담당 중앙회 부회장으로 공적인 일을 맡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중소기업이 어려운 때 일수록 언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중앙회가 상대할 매체는 업종별 전문 신문에서부터 지방‧일간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 매체까지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 국내 5대 경제단체라는 중앙회의 위상을 감안할 때 A씨에 대한 인사가 적절한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고민했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A씨는 중앙회 일이라면 열일 제쳐두고 쫓아다니지만 여러 사건에 연루돼 그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회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A씨의 임명은 중앙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과거 ‘김 대리’로 불릴 만큼 일 욕심 많고 강한 리더십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중앙회의 위상을 크게 신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앙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3선 회장이 된 배경이다. 매사 꼼꼼한 일처리로 인해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호랑이로 통할 정도였다. 그런 열정과 예리한 판단이 4년 만에 무뎌진 것은 아닐 터.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중앙회 이사회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이사회 하루 전에 조합이사장들이 ‘중기중앙회혁신연구회(이하 연구회)’를 발족시키면서 시작됐다. 연구회는 선언문을 통해 “4년마다 시행하는 중앙회장 선거가 반목과 질시,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선거문화가 난무하고 있다”며 “중앙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 제시를 통해 정회원이 중앙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물론 집행부 입장에서 ‘금품선거’ 등 선거문화 이야기가 께름칙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달리 보면 아주 간단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를 바꾸면 된다.

그럼에도 이날 이사회에서는 상당 시간을 할애해 연구회 선언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한다. 연구회에는 김 회장이 탕평책으로 선임한 이사장도 가입이 돼 있다는 점에서 ‘망신주기’를 통한 ‘편 가르기’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회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탕평책이 퇴색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봐야 할 대목이다.

B임원은 “연구회에 가입한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연구회를 왕따시키면 또 다른 분란과 반목이 형성된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이나 민주사회에서는 건강한 시민단체를 적극 육성하고 활용한다. 이런 점에서 집행부는 연구회 활동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모아 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중앙회로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어느 조직이든 비판을 두려워하는 조직은 부패하거나 비민주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회원들의 건강한 비판을 수용하는 통 큰 자세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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