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선 기자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비수기인 요즘도 하루 200만원은 팔았는데, 지금은 전화 한통 안 옵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20년 이상 서울에서 린나이코리아 대리점을 운영해 온 사장님의 최근 하소연이다.

최근 린나이는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가스기구 명가”라 불려왔던 명성은 고사하고 최근 판매 부진과 비용증가로 구조조정까지 위기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최근엔 일본, 미국,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린나이 해외 법인들 중에서 영업이익률은 꼴찌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울고 싶은데, 뺨까지 맞은 격이다.

한 소비자단체를 통해 린나이가 일본기업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한일 무역 갈등의 상황에 ‘불매운동’이란 더 큰 악재까지 맞았다. 그리고 그 피해의 직격탄은 일선에 있는 대리점들이 맞고 있었다.

2015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사태로 반일감정이 커졌을 때도 린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본기업으로 잘 알려진 소니 보다도 오히려 린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앞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린나이(リンナイ, Rinnai)는 1950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 토종 가스기기 업체이다. 매출액 2055억 9800만엔, 자산 총액은 2213억 1300만엔에 이르며 종업원 수만도 3629명(2014년 3월 31일 현재)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외에도 한국을 비롯해 16개 국가와 지역에 브랜치를 가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린나이코리아는 한 때 가장 본사가 내세우는 가장 성공한 해회 진출 모델까지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진출한 주요국 법인 중에서 영업이익 꼴찌를 기록하는 등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래된 직원들의 고임금 구조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원인이다. 게다가 가스레인지와 오븐의 판매부진, 보일러 시장 두고 벌어지고 있는 치킨싸움, 전기에 밀려 한때 잘나가던 가스의류건조기 마저 개점휴업 상태다. 일부 업소용 가스기기들이 선방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일선 대리점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린나이코리아는 처음부터 일본 기업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1974년 창업주 강성모 회장에 의해 설립된 린나이코리아는 49:51의 지분구조를 가진 한국과 일본의 합자회자로 출발했다. 물론 일본 51%로 지배주주였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회사와 독립된 회사였다.

하지만 상황은 IMF를 겪으며 달라졌다. 강성모 회장 일가의 경영부진으로 긴급 원조된 차입금은 이후 회사 지분으로 대체됐고, 2008년 이후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강원석 대표가 보유한 0.4%의 지분마저 포기하면서 2013년부터 린나이는 100%(99.9%) 일본기업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린나이코리아를 한국 브랜드로 인식해 왔고, 오랫동안 한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최근 린나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단지 일본 기업이란 점 때문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유사한 입장인 소니, 니콘, 캐논 등 일본 글로벌 브랜드 보다 더 미움을 산 것은 상황이 달라진 것을 당당히 밝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면을 쓴 상태로 국민을 속였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또 일본 기업이라 무조건 싫어하는 시대도 지났다. 오히려 한국에 더 많은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며 회사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일본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안 늦었다. 이제라도 복면을 벗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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