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책임감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책임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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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의 더불어 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1912년 4월 발생한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는 역사상 최대의 해난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타이타닉호는 최신기술로 건조되었으며, 사고가 날 수 없는 최고의 선박이라고 건조 기술자들이 자화자찬한 배였다. 그러나 첫 출항에서 빙산과 충돌하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였고, 1,514명의 귀한 생명을 잃게 되었다.

사고 원인으로는 어두운 밤이어서 빙산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고, 빙산 발견 후 피하거나 선박을 정지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운항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타이타닉호는 출항 때부터 빙산이 떠다닌다는 소식을 계속 접했고, 특히 사고 당일에는 빙산 경고를 6번이나 받았다. 한 번은 선장에게 보고되어 항로를 변경하였지만, 그 후에는 무시되었다. 특히 사고 1시간여 전에 결정적인 정보가 있었다. 사고 인근 해역에서 많은 유빙들 때문에 한 선박이 운항을 멈추고 있다는 전신이었다. 그러나 통신사는 이를 무시해버렸다. 배는 거의 최고속도를 유지했다. 빙산을 발견하고도 빙산 쪽으로 잠시 뱃머리를 돌리는 실수를 했다. 아직 증기선에 익숙지 않은 조타수의 실수였다고 한다.

희생자가 많은 것도 문제였다. 구명정은 20대로 정원이 1,200 명 가까이 되었다. 그러나 700 명도 태우지 못했다. 어린이와 여성을 우선 태운다는 원칙은 좋았으나, 승선 여유가 있는데도 남자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더구나 대부분 승선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40명 정원에 12명이 탄 보트도 있었다. 또 배가 침몰한 후 구명정에 탄 사람들이 구조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구명정 비치를 위한 정부 기준도 낮았다.

타이타닉호의 건조, 운항, 사고처리 과정에 책임자들이 많다. 설계자는 배의 속도, 안전, 미관 등을 고려해서 최선의 설계를 하는 책임자다. 건조하는 사람은 최상의 철판과 자재 등을 써야 하는 책임자다. 그런데 철판 강도와 리벳의 불량문제가 대두되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배를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시키되 안전을 담보하는 책임자다. 그런데 망루에서 전방을 감시하는 데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고, 조타 훈련이 미흡했고, 통신사도 실수를 했다. 사고 처리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위기에 대응하는 책임과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 시설을 운영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이와 달리 역할과 책임이 모두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전문화가 더욱 진전된 현대 사회에서는 각 분야의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 타이타닉호에서 전방을 주시하는 선원, 조타수, 통신사 등은 직위도 낮고, 선박 전체에서 차지하는 일의 비중도 적을지 모른다. 그러나 책임을 소홀히 해서 2,200여명이 탄 배가 침몰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직이 클수록, 관리자의 책임이 막중해 진다. 기차나 비행기가 한 사람 정비사의 잘못으로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거대 금융그룹이 펀드매니저 한 사람의 잘못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국가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대형사고가 잦다. 그간 대형사고가 책임자의 실수에 의한 경우가 많았고, 사고수습도 미흡함이 많았다.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선한 관리자의 의무다. 이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나라마다 다른데, 그 수준이 높은 사회 문화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 등에서 체계 있게 훈련되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책임감 있게 자기 역할과 임무를 수행할 때, 회사 경영이나 정부와 공공기관의 운영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권한의 남용도 책임감의 결여라 할 수 있다. 권한은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주어지지 않은 역할을 임의로 수행하여 다른 사람의 역할을 침해하거나 피해를 입힌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권력이 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 당장에는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는 국민이 있고,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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