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기자
박진형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내년 4월13일 총선에선 당연히 우리 이해찬 충남 출신 대표님께서 비례대표 자리를 하나 주셔야 합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 우리 단체가 20만명의 진성당원을 만들어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5대 일간지에 1억원을 들여서 지지 성명한 바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 당에서 결코 버림받을 수 없습니다.”

제갈창렬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신당동 한국외식업중앙회를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건넨 말이다. 이익단체장이 공개석상에서 여당 대표에게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부탁인지, 협박인지 애매한 제갈창렬 외식업중앙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은 이해찬 대표는 난감함과 당혹스러움에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비례대표 공천요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히고, 정책 간담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을 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튿날 확대간부회에서도 이 대표는 다시금 “정책간담회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 정치적인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주길 바란다”고 단속에 나섰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선거 운동 사례와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비례대표 의석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확실하다”며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고, 공소시효를 떠나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강행한 이유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 밀린 선거 외상값을 정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최근 회원수가 상당한 모 단체 회장이 정치권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안을 받은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당사자는 다만 총선까지 아직 기간이 많이 남은 것과 확답받은 순번이 당선권 인지의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단체는 '예정에 없는 회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벌써부터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차지하고자 드러내놓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도 자금력과 회원수를 확보한 이익단체를 등한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되려 영향력이 큰 이익단체를 상대로 암암리에 금배지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예정대로라면, 비례대표는 현재 47명에서 7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거대 이익단체에게 돌아갈 비례대표 몫이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이익단체 출신이 금배지를 달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만을 위한 이익 대변에 그칠 경우 전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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