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갈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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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의 더불어 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최근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지역갈등, 계층갈등, 노사갈등 등은 물론 세대간, 남녀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국제적 갈등지수 통계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늘 갈등이 대단히 심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연간 국가 전체의 갈등비용 추정치도 적게는 80조 원 수준에서 많게는 300조 원에 가까운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놀랍다. 갈등은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위협하고, 사회적 발전 역량을 감소시키기에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갈등은 어떤 공동체에서나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왜냐 하면, 모든 인간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의견과 이해관계가 각자 조금씩이라도 다르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에는 서로 양해하거나 참으며 지나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선을 넘게 되면, 불만이 제기되고, 갈등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절차적인 소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악성 종양으로 심화되고 있다. 영호남의 지역갈등은 최근 5.18을 매개로 정치적 이념이 개입되고 있다. 원전과 4대강 등의 갈등은 환경이론을 넘어 경제적 이익이 개입되고 있다. 노사간의 갈등도 단순한 노동조건 등의 견해 차이를 넘어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이념과 경제적 이익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제 표면적으로 하는 언어적 주장들로는 그 깊은 속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해결의 길도 어렵게 되었다.

사회는 모든 방면에서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이런 변화과정에 대한 진단과 대응방안은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르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국 지도자들의 몫이다. 국가의 경우에는 집권세력의 몫이 된다. 따라서 이런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사람과 세력은 소외된다. 이것이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된다. 이런 갈등들이 좋은 의견들로 좋은 과정을 거쳐 잘 해결되면, 그 자체가 사회의 통합과 발전 동력이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소외된다면, 그 갈등은 심화되고 또 다른 갈등을 새로이 만들면서 격화된다. 결국 사회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

로마의 멸망은 귀족을 대표하는 원로원과 평민을 대변하는 민회 간의 갈등으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제국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는 평민에게나 점령지의 주민에게도 모든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되었다. 그러나 제국이 비대해지면서, 개방되었던 시민권이 제한되고, 황제와 귀족들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정치와 경제제도가 기득권 세력에 독점화되어 소외계층이 확대되었다. 국가는 점차 갈등과 분열이 심해지고, 결국에는 내분과 내전으로 악화되어, 로마는 쇠락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국가의 흥망과정은 모든 나라에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소통해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4대강 보 철거, 원전중단, 급격한 노동정책이 이념과 자존심 싸움이 되면 안 된다. 소외가 최소화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소통은 사회의 감압시설이다. 압력이 싸여 폭발하게 되면, 모두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과 소통을 하고, 그 의견을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다.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 특히 교육을 통해 내면화 되어야 한다. 의견이 다르면 갈등이 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창의적 방안으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갈등이 큰 것은 강력한 주장이 있는 것이고, 그만큼 잠재된 에너지도 크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동안 빠르게 발전했던 원동력은 강한 욕구, 도전정신 등 맹렬한 사회적 에너지였다. 이 에너지를 선순환으로 관리해야 제2의 도약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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