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행시 35회 공직입문 이후 고용노동부에서만 근무,
지난해 6월 명예퇴직후 새로운 길 찾아나서,
수십년 노하우 담은 '역량평가' 책 최근 펴내

27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으로 돌아온 이태희 전 대구노동청장 [황복희 기자]
27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으로 돌아온 이태희 전 대구고용노동청장 [황복희 기자]
최근 펴낸 이태희 본부장 저서
최근 펴낸 이태희 본부장 저서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고용노동 정책만 27년여를 한 베테랑이 중기중앙회에 둥지를 틀었다. 명예 퇴직후 평소 생각해둔 책을 집필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본인이 평생에 걸쳐 쌓은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주저없이 문을 두드린 결과다.

최근 출간한 책 저자소개에 그는 ‘세상의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문구에 이끌려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다’고 썼다.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얘기다. 올해 56세. 1992년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줄곧 고용노동부에서만 근무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장, 인력수급정책관, 근로개선정책관 등을 거쳐 끝으로 대구고용노동청장을 지냈다.

“와서보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큰 현안이더라”는 이 본부장은 “중소기업 현실이 절박하다고 느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많이들 어려워하는거 같다”는 말로 한달여 근무해본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잘 대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수십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민간으로 옮겨와 받은 인상이 무엇보다 궁금했다.

“어쨋거나 정부정책을 다루는 기관과 받아들이는 기관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다행히 정책을 입안하고 실제 집행하는 부서에서 근무해 중소기업에 계신 분들을 자주 만나고 나름 소통했다”고 그는 답했다.

그가 민간에서 맡은 첫 조직인 중기중앙회내 ‘스마트일자리본부’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취임후 만든 새 조직 중 하나로 극심한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과 중소기업간의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해보자는 목적에서 출범했다. ‘정부에 요구만 하지 않고 스스로 할 일을 찾고 만들어가는 중소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김 회장의 향후 임기 4년간 중앙회 운용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조직 구성이기도 하다.

‘청년 눈높이에 맞는 스마트일자리를 찾고 만들고 알리자’는 어젠다에 대해 이 본부장은 “컨셉을 잘 잡은거 같다. 노동부 근무시 현장을 다니다보면 의외로 괜찮은 중소기업들이 주변에 많다. 견실한 중소기업들이 알려지게 되면 특히나 청년들이 취업을 많이 하고 중소기업들은 유용한 청년인력을 고용해 기업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중소기업은 청년 일자리 산실이다. 중소기업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 한 단계 점프하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출범 한달여밖에 안됐는데 윤곽이 잡히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지난 4월 중순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년 스마트일자리 프로젝트’ 선포식에서 밝힌대로 3개 분야별로 12개 과제를 추진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청년희망일자리국에서 임금과 복지 등이 청년 눈높이에 맞는 100대 중소기업 선정을 위한 세부 실행과제를 마련중이다. 또 스마트공장 사업과 연계한 청년 취업 유인 과제는 지방 노동관서·지자체와 같이 취업을 매칭하는 작업을 해야하며, 스마트시스템 운영·관리 인력을 별도 양성해 배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 근로자복지 지원센터 건립은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이 협의중에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 본부장은 노동정책 전문가답게 지난 4월 하순 ‘FRAMEWORK 역량평가’(도서출판 하다)라는 제목의 역량평가 관련 책을 펴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한후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그는 환히 밝아진 표정으로 본인의 책 얘기를 꺼냈다.

“공직에 있으면서 역량평가 일도 하고 자료도 갖고있어 언젠가는 한번 책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퇴직후 시간도 나고 해서 쓰게 됐다. 공직자 뿐아니라 기업에도 유용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역량평가에 대해 아느냐”고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요즘 공직에선 사무관이나 과장급 승진시 역량평가를 거친다. 승진의 필요조건이다. 통과 못하면 승진이 안된다. 과거에는 필기시험과 근무성적으로 승진을 결정했으나 역량평가가 도입되면서 가상의 과제를 부여하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과정과 방법을 보고 실무역량을 체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업에서도 형식적인 면접질문을 했으나 최근엔 역량평가와 유사한 면접을 한다”고 덧붙였다.

실무와 현장에서 갈고닦은 전문가 답게 이 본부장은 지난 2011년부터 인사혁신처 역량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공직경험을 토대로 현 직책에서 실현하고 싶은 바를 물었다. 이에 “3가지가 있다”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 부서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협업과 소통이 중요하다. 문제가 어렵고 복잡할수록 관련기관들이 제대로 소통하고 그 가운데 협업을 통해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게 ‘현장’ 같다. ‘현장만한 스승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앙회는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살펴가며 일을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존재 이유는 고객에 있다’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것이다. 넓게는 국민 모두가 고객이고 좁게는 중소기업인이 고객이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힘들어하는지 헤아리고 새겨가면서 일을 해야한다.”

오랜기간 국가의 녹(祿)을 받으며 살아온 한 사람의 ‘신념’과 ‘단단함’을 엿볼 수 있는 답이었다.

“여기와서 처음 얼굴을 뵀다”는 김기문 회장에 대해 그는 “알려진대로 굉장히 업무추진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중소기업 관련 정부정책에 해박하다. 여기와서 제일 큰 스승으로 여긴다”는 말로 그간 받은 인상을 조심스레 밝혔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 본부장의 모든 답변은 상당히 신중하면서도 절제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위 공직자로서 몸에 밴 ‘젠틀함’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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