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스마트공장으로 혁신 경영 실천
납품단가 5년전 수준, 일감↓ 최저임금↑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관법’은 폭탄 수준
지역과 중앙의 중소기업중앙회 가교 역할 할터

박평재 경일금속 대표이사겸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화하고,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야지요. 도금업을 하려는 내국인이 많지 않아서 잘 구해지지 않는데다가 내·외국인의 임금이 같고 외국인의 경우 기숙사까지 마련해준다 해도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그러니 최저임금을 업종별·인원별로 차등화해야 뿌리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26대 집행부 부회장을 맡은 박평재(62) 경일금속 대표이사겸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의 일성이다.

그는 도금업체인 경일금속과 엔진 부품 용접 업체인 희성테크를 운영하는데, 모두 뿌리산업 이다.

“뿌리산업이 살아남아야 한국 산업의 희망이 있다”는 박 부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일감은 줄었는데 근로자 인건비는 늘어나 중소기업인들이 사업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년부터 모든 공장에 ‘화학물질관리법 및 시행규칙’(이하 화관법)이 적용되는 등 기업 경영 환경 자체가 까다로워져 폐업하는 회원사들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일감을 주는 대기업의 요청에 맞춰야 하니 근무 시간을 중소기업이 마음대로 못한다. 그러다보니 야간 근무나 주말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

“국내 구직자들은 도금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 유입되는 인력이 없어요. 그나마 대학에 관련 학과가 한 군데 있던 것도 없어져버렸지요.”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조건도 까다롭다. 한국인 근로자가 2개월 전에 이직이나 권고사직, 구조조정 등으로 해임된 사례가 없어야 외국인 근로자를 뽑을 수 있다. 한국인 근로자가 30~50명일 때 외국인 근로자 최대 10명을 뽑을 수 있는 조건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외국인을 10명 뽑아도 1년 내 이직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모여 임금이 조금이라도 나은 곳이면 바로 옮기죠. 그들이 원하면 이직 허가를 해줘야 하니, 회사에서 그동안 가르친 것도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맙니다.”

스마트팩토리로 운영되는 경일금속 공장 현장 [경일금속]
사무실 내부에서 공장 가동을 관리 조절할 수 있도록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경일금속] 

불황 속 ‘화관법’ 걱정

도금업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5년 전과 비교해도 제자리 걸음이다. 최저임금에 주52시간 근로제 등 첩첩산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명 이하 영세 도금업체 중 폐업하는 곳이 늘었다. 한국도금공업협동조합의 경우, 회원사 389개 중 70개사가 올해 폐업했다.

더구나 내년부터 모든 공장에 화관법이 적용되면 공장을 전부 새로 지어야 하는 수준이다. 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은 공장 수리를 생각할 수 있지만 공장을 임대한 작은 기업체의 경우는 언감생심이다.

“화관법 시행은 저희 업계로서는 폭탄이에요. 유예기간인 올해 연말까지 조합을 탈퇴하는 회원 기업 수가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에요. 환경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면 공장을 전부 새로 지어야 할 수준입니다.”

화관법은 도금업체들이 공정에 활용하는 화학약품 탱크를 제조설비가 아니라 저장설비로 분류한다. 따라서 공장 설비를 바꿔야 하는 규제만 457개에 달한다고 한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후 근무 시간 줄고 품질 상승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에 도금 공정을 한다. 그후 납품을 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자동차 부품은 자동화 공정을 통해 도금처리된다. 이미 2017년 8월부터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공정에 필요한 약품의 양, 작업 온도 등을 자동화해왔다. 전산화된 데이터가 최적의 도금 환경을 만드는 만큼, 제품 품질은 스마트 팩토리 후 훨씬 안정된 상황이다. 불량률이 줄어든 만큼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지역 중소기업중앙회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김기문 회장님께 건의해서 지역을 많이 챙길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박 대표는 24, 25대 회장때 각각 2년씩 중소기업중앙회와 연계해 일했다. 2016년 김기문 회장이 24대 회장 임기 끝 무렵 노란우산공제기금 출연으로 부산 연산동 교보생명빌딩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지역본부 건물로 구매한 것은 지금도 뿌듯하다. 당시 130억원 안됐던 건물이 현재 200억원으로 올랐고, 현재 임대료도 많이 나오는 일등공신이 됐다.

스마트팩토리로 운영되는 경일금속 공장 [경일금속]

만26세에 1200만원으로 경일금속 인수

박 대표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결단과 추진력이 빠른 편이다.

호적 나이 만26세인 1985년에 현재의 경일금속을 1200만원에 인수했다. 초기에는 아령·바벨 등 운동기구 도금을 전문적으로 했다. 1998년 IMF때 박 부회장은 공정 설비를 추가 투자해 자동차 부품 도금 사업을 추진했다. 보통 밤 10시가 돼야 일이 끝났는데 8시면 일이 끝난다. 생산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거제가 고향인 박 부회장은 1978년 부산에 있던 매형의 회사에서 도금 영업을 시작으로 표면처리 업계에 뛰어들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건 바쁘다. 부산중소기업협동조합협의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돼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부산울산본부 지역회장도 겸했다. 부산 강서구 장학회 이사장, 한국장기기증협회 후원회장,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행복나눔명장도 맡고 있다. 표창 및 수상도 가득하다. 중소기업인대회 모범중소기업인 대통령상 표창(2004),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17)을 비롯해 봉사분야 공로 경찰청장 표창(2012), 국가산업공로 지식경제부 장관상 표창(201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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