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판 지주와 마름의 횡포
[기자수첩] 현대판 지주와 마름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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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선 기자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를 그린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소작농에게 횡포를 일삼는 지주와 마름의 모습이 간혹 그려진다.

처음 지주는 자신의 땅에 소작을 내어주며 인정을 베푼다. 하지만 이내 본 모습을 드러내 과도한 소작료를 요구하거나, 흉작이 들어 소작을 갚지 못하기라도 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등 횡포를 일삼는다.

그 과정에서 소작농은 결국 집과 가산을 빼앗기거나, 심하게는 가솔들까지 노비로 내처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더욱이 뒷짐을 지고 있는 지주 앞에서 그 일을 행하는 마름들의 모습을 보자면 모두가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현실도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한화호텔엔리조트(이하 한화)와 협력업체 그리고 육류도매사업자간 벌어진 최근 채무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 지주와 마름, 소작농의 모습과 상황이 별반 차이나 보이지 않았다.

이 사건엔 대기업인 한화, 그리고 한화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임원과 담당팀장, 그리고 한화로부터 자금을 받아 해외나 국내에서 육류를 구입해 납품하고 다시 이 물건을 받아 시중에 되파는 협력업체(한화측은 고객사라 주장) 대표가 등장한다.

약 3년간 잘 지내왔던 거래관계에 지난해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고, 협력업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연말 변재가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대기업 담당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의 국내 매입을 미끼로 무고한 육류도매사업자들을 협력사를 통해 끌어들였고, 그들의 물건과 돈이 한화로 흘러들어가자 협력사의 채무를 상계처리한 것이 사건의 전모다.

해당사건은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한화, 육류도매업자 등 피해자들 각자 주장이 다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도중 규모가 큰 한 사업자가 대금을 변재 받기도 했다. 그러나 3개 업체 대표들은 60억이란 돈이 뜻하지 않게 묶여버렸다.

물론 사건 중심엔 협력사가 제때 자금을 변재하지 못한 사실이 존재한다. 결국 그 회사 대표는 한화와 도매사업자 모두에게 고발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부도가 났다.

한화측은 협력사 대표가 채무 변재 불가를 선언해 안타깝지만 납품된 물건과 현금으로 채무를 상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력업체 채무는 불과 3개월 만에 눈덩이처럼 커졌고, 무고한 업체를 끌어들이는 과정에는 한화의 팀장도 함께 했다.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이들 관계는 마치 소작농과 마름의 관계와 같았다. 한화성공회라는 사조직이 만들어 졌고, 해당 팀에 대한 상시적인 회식과 접대가 이뤄졌고, 때때로는 성접대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후엔 한화 법무팀이 협력사 대표를 찾아와 사건의 전후관계를 조사했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돌아갔지만 나중 협력업체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자사 팀장을 속이고 한화의 채무를 갚지 않았다는 고발장이었다.

결국 대기업과 고객사간 관계의 실체는 과거와 지주와 소장농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작농은 자신의 소작을 값기 위해 옆집의 물건을 빌렸다가 한꺼번에 빼앗기는 봉변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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