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기업 수직분업 형태
업체간 출형경쟁 가속화
최근 5년간 국내 가구점 폐업률 69%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흔히 가구라고 하면 혼수를 위한 준비물 정도로 치부되던 시기, DIY(Do It Yoursel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가구에 대한 인식도가 변화를 맞이했다. 때마침 2014년 세련된 디자인의 이케아 제품이 국내 소비자 시선을 빼앗기 시작했다. 중저가의 가구, 조명, 벽지, 침구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안을 꾸미는 ‘홈퍼니싱’ 시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가구시장의 거대 공룡 등장에 국내 가구업계 모두 한 목소리로 시장잠식을 걱정하며 우려감을 나타내기 바빴다. 하지만 이케아의 선풍적인 인기는 전체 가구시장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고 한샘, 현대리파트, 에넥스, 퍼시스 등 일부 가구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기업들도 ‘이케아’와 같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비브랜드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던 고객들이 이케아를 선두로 한 국내 대기업들이 출시하는 중저가 제품을 구매하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과 영세가구업체들은 대기업의 저가공급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2015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18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4일 신세계그룹 경영 이사회에서 업계 6위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13개 백화점과 그룹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향후 5년내 지금의 2배 수준인 160여개 매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1200억원대의 까사미아 매출을 5년내 4500억대로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매출 1조원대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소노마와 국내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10년간 포트리반, 웨스트엘름 등 최소 3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며, 회사규모도 현대리바트와 현대H&S를 합병해 1조원대로 키웠다.

한샘도 토털 홈인테리어 전문매장 ‘한샘플래그숍’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가구업체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가구시장의 70%는 중소 가구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구시장이 성장한 것에 비해 중소 가구업체들의 매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영세 가구업체들의 경우는 한마디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국내 가구점의 폐업률 약 70%에 이른다는 지표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케아가 위치한 광명시 인근 중소 가구업체들의 경우 매출감소는 물론이고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비단 광명 가구단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서울인근의 일산, 파주, 포천, 마석 등의 가구단지도 마찬가지다.

이케아 진출 이후인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광명 시내 가구 또는 생활용품 판매업체 55%가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고양점 개장이후에는 최대 5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케아는 지난해 12월 고양시와 ‘가구산업 동반성장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역 가구단지에 3년에 걸쳐 10억원을 기탁하기로 한 바 있다.

홈퍼니싱 시장을 중심으로 한 관련업계 재편은 가구시장 전체 규모를 증가시켰다는 평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익부 빈익빈의 행태를 낳고 말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아웃소싱에 머물다 보니 가구산업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직분업형태로 고착화 돼 협력업체 간의 출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 가구업체들은 이케아의 공습뿐 아니라 백화점 가구업체들의 경쟁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 가구단지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포천지역 가구업체들의 경우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브랜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청년디자이너들을 활용해 디자인에 있어서도 감각적으로 만들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주문과 판매를 하고 있어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 설립초기에 비해 지난해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도 영세 가구업체의 공동구매·판매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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