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심각한 자금난 호소
공단재개 될듯 말듯 "희망고문 당하고있다"
김연철 신임 통일부장관에 면담요청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가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있다. [황복희 기자]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가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걸 해달라는 거다. 국제정세가 얽혀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시설점검차 방북하는 것은 남북이 합의하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 개성공단 폐쇄 이후 8차례에 걸쳐 방북신청을 했으나 한번도 들어가보질 못했다. 기계가 녹슬었다면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할거 아닌가.”

 개성공단 폐쇄가 3년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갑작스레 보따리를 싸서 빠져나온 입주기업들은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 정기섭)를 중심으로 정부와 미대사관 등을 상대로 사방팔방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7층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를 만나 입주기업들이 처한 상황 및 애로사항을 들어보았다. 

  김 상무는 “공단폐쇄 이후 3년 넘게 한 번도 가보질 못해 공장상태가 어떤지, 공단이 재개되면 가동이나 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대변했다.

그는 “남북문제에 정통한 신임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시고 했으니 우선적으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돌아서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이 재개될지에 내심 큰 기대를 걸고있었다는게 그의 전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108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환경 및 향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8.2%는 여전히 재입주 의사를 갖고있으며 73.2%는 현 정부 임기내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풀릴 듯 말 듯한 답보상태를 이어가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일말의 기대감에 기대 속칭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지난 2016년 2월 공단 폐쇄 이후 정부는 입주기업들에 총 5500억원을 지원했으나 이중 3700억원은 경협보험금으로 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반환해야하는 돈이라고 협회측은 설명했다. 공단 폐쇄로 인한 기업손실의 3분의1 정도만 정부지원으로 보전이 된 셈이고 영업손실까지 더하면 추정 손실액은 더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전체 125개 입주기업 중 60%는 봉제공장 등 노동집약형 업체이고 나머지는 전기전자, 기계금속, 화공플라스틱 등의 업종”이라며 “개성공단에만 올인한 업체가 49개나 된다”고 밝혔다. 그는 “30여개 업체는 받아놓은 주문물량을 맞추고자 사전작업도 없이 허겁지겁 베트남에 새로 시설투자를 했으나 여지껏 손익분기점도 못맞추고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 기업주는 2년전에 베트남으로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아직도 결정을 못내리고 있고 12개 정도는 휴업을 했는데 이 기업들은 사무실 운영비 정도만 들어가니 차라리 잘 한 선택”이라며 경영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난이다. 공단폐쇄 초기에 지급받은 경협보험금도 바닥난 상태에서 일부 기업들은 신용도마저 형편없이 떨어져 ‘생존할 수 있게 대출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협회는 공단재개를 위해 최근 미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했으며 김연철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면담요청도 해놓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옆에서 개성공단사업 제재 예외 청원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8일 광화문 미대사관 옆에서 개성공단사업 제재 예외 청원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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