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진두지휘, ‘채용비리 전면수사’ 지시
김정태 회장, 3연임 저지되나? 문대통령과 경남고 동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올해 들어 적폐청산을 적극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7개 부처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정착’을 주제로 한 정부 업무보고에 이어, 30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이 총리는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자 국민이 뜨겁게 기대하는 것이다. 제대로 못하면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총리가 적폐청산의 전면에 나서면서, 그동안 대통령에게 쏠려있던 적폐청산 역할이 총리에게 일정부분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총리는 금융권 채용비리를 언급하며,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사회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적폐”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이런 비리가 은행권에만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다른 금융기관들의 채용비리 유무도 조사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 지시를 계기로 금융권의 ‘채용비리’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채용비리 조사가 시중 주요은행에서 금융권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 채용 청탁·면접점수 조작·채용전형 불공정 운영 같은 유형의 채용비리 22건을 발견하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융당국 조사에서는 은행 5곳에서 이 같은 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5개 은행에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포함돼 있다. 두 은행 모두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가 지적된 곳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 제보와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은행과 계열사에 재직 중인 전·현직 경영진 자녀가 다수 확인됐다”며 “심지어 이들이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례마저 발견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에서는 서류전형 탈락자를 외국어 능통자로 둔갑시키거나, 필기시험·면접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채용비리 사건이 금융권을 뒤흔드는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물러나는 사태까지 예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당국은 잠정 중단했던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재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24일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은행권 전반에 걸친 채용비리 의혹 검사가 하나금융에 대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1월22일 시작한 금융지주들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에서 하나금융은 일단 제외된 바 있다. 금감원은 향후 검사 일정을 잡아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3연임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선임되는 과정에 부산출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역할을 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며.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셀프연임'을 비판하며 하나금융 회장 선임절차 연기를 요구했으나, 하나금융은 1월22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김정태 회장을 단독으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이 금감원과의 갈등을 감수하고 일정을 강행한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의 ‘민간회사 인사 불개입’ 원칙 선언도 김정태 회장의 3연임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김정태 회장은 1952년 부산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남고를 졸업했다. 이제 김정태 회장은 3연임 강행으로 금융권의 ‘태풍의 눈’이 됐다. 금융당국의 ‘김정태 회장’ 처리 결과가 향후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는 기준이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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