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래로 155억 부실 터지자, 도매업체 끌어들여 상계
고소·고발 비화, 대기업 성 접대 등 갑질문화 드러나 ‘충격’
한화, “성접대는 사실무근, 협력업체 거래는 관행” 주장

한화 63빌딩
한화 63빌딩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한화호텔앤리조트(이하 한화)와 육류 중개업자간 납품과정에서 벌어진 채무갈등으로 대기업을 믿고 물건을 중개업자를 통해 공급한 중소 육류공급업체들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규모만 무려 110억원대. 하지만 사건은 양자 간 고소 고발로 번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전형적인 자전거래(自轉去來), 불법대부업을 비롯해 성 접대 관행까지 종속적 거래관행과 갑질문화가 여과 없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올해 1월이다. 한화는 1월 11일 협력회사(한화측은 계약관계에 있는 고객사라 해명)인 선봉프라임(이하 선봉)을 통해 육류 수입업체인 A사(50억원), B사(30억원), C사(20억원, 현금), D사(10억원) 등 4개 업체로부터 약 110억원 규모의 물품과 현금을 지급받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의 식자재 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FC 매출 확대를 위해 약 100억원 규모의 육류를 협력업체인 선봉을 통해 국내에서 구입하려 한다는 설명에 수입업체들은 거래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화측이 당초 중개업자와 대금지급을 약속한 14일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사건이 터졌다. 물건이 넘어간 후 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불과 3일 사이에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다.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한화와 중개업체를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까지도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한화가 있다는 게 피해업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피해업체들은 “한화가 자사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협력업체와 자전거래, 육류거래를 기반으로 고정적인 이익을 보장받는 불법대부업을 해온 것이 이번 사건이 터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축산업계 불황이 시작되며 한화 협력업체인 선봉과 관계사인 다크호스(자전거래를 위해 만든 상호가 다른 동일소유주 업체)의 채무 규모는 총 155억원까지 늘어났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봉의 E대표는 한화 담당팀장 등과 협의 후 연말 결산시기에 맞춰 ‘한화가 100억대 국내 매입을 추진 중’이라며 12월 참여할 업체를 모집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진행된 1차 시도는 참여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다시 올해 1월 한화는 선봉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여러 국내 중개업체들을 거래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4개 업체의 참여로 110억원대 물건과 현금이 한화로 입고되자, 선봉의 채무를 상계처리 한다며 손실을 모두 선봉으로 떠넘겼다는 설명이었다.

거래명세표상 선봉(다크호스)과 한화는 계약을 기반으로 한 협력업체 관계로, 이미 2~3년간 관계가 유지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달 이뤄진 한화의 고정적인 물건 지원 규모만 50~60억원대였다.

피해업체들이 제시한 거래내역에 따르면, 2017년 선봉과 다크호스 두 회사와 한화 간 매입·매출·양도양수 등 거래규모는 약 440억원이었다.

하지만 선봉 E대표가 ‘한화성공회(일명 한화회, 한화와 협력업체가 참여한 친목모임)’ 총무 등을 역임하면서 그 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 E대표는 한화FC 담당임원, 담당팀장 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매달 팀원회식을 비롯해 담당임원과 담당자에게 고정적으로 술과 성 접대까지 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리고 두 회사의 지난해 한화와 거래규모는 무려 1393억여원까지 늘었다.

한화는 선봉과 관계사인 다크호스 등 두 회사를 통해 매 월초 50억~70억원 등 일정 규모의 물건을 매입·매출·양도양수 등의 방식으로 출고했다. 그리고 월 말이면 월리 2.59%의 수수료 붙여 출고한 물건 값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챙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내외 축산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선봉과 한화 간 채무 변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시작했다. 매월 한화가 고정적으로 출고하는 물건은 고스라니 채무로 쌓여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었다.

비정상적인 채무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화측은 10월 62억원, 11월 90억원, 12월 128억원 등 E대표의 두 회사에 매출 규모를 오히려 늘려줬다. 자연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대금 입금은 43억원, 30억원, 53억원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채무상황이 악화되면서 10월 20억이던 한화에 대한 선봉의 채무는 11월 80억원, 12월 155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피해업체들은 “대기업인 한화가 채무 상황이 100억원대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수개월 동안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업계 현실상 담당임원 재가도 없이 일게 팀장 선에서 협력업체에 막대한 금액의 물건을 밀어주거나, 100억원대 구매를 지시할 수도 없다”며 “이 사건의 중심에 한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이번 사건이 한화와 고객사와 정상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화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거래과정에서 회사측이 채무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등 실수가 있었지만, 중개업체 E대표(선봉)가 1월 중순경 회사로 찾아와서 먼저 ‘자력변제 불가’를 선언했다”며 “회사측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입고된 물건으로 채무를 상계처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업체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한화는 피해업체들과는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다. 한화가 피해업체의 손실을 변제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담당임원과 담당팀장에 대한 성 접대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며 아직까지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파이낸싱해 구매한 물건을 협력업체로 다시 내주고 고정적인 이자를 붙여 월말이면 대금을 돌려받는 방식의 자전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 관행적 거래방식”이라며 “이번 사건은 고객사인 E대표가 자사의 담당팀장을 속인 사기사건이다. 한화 역시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이 발생한 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A사는 한 언론사의 취재가 진행되면서 한화 측과의 합의를 통해 대금을 변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호텔앤리조트와 선봉프라임, 다크호스간 2017, 2018년도 매입매출 집계표.
한화호텔앤리조트와 선봉프라임, 다크호스간 2017, 2018년도 매입매출 집계표.
한화호텔앤리조트 FC 담당팀장과 선봉프라임 P대표간 사건 발생전 나눴던 카톡 내용들.
한화호텔앤리조트 FC 담당팀장과 선봉프라임 P대표간 사건 발생전 나눴던 카톡 내용들.
한화호텔앤리조트와 협력회사인 선봉프라임간 계약서.
한화호텔앤리조트와 협력회사인 선봉프라임간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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