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칼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누가 죽이는가
[이종오 칼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누가 죽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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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이솝 우화(Aesop's Fables) 중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매일 한 개씩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가진 농부가 있었다. 어느 날 농부는 단 번에 많은 황금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황금은 커녕 거위만 죽이고 말았고 농부는 크게 후회했다. 초등학생도 아는 이 우화는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얻으려다 더 큰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탐욕과 근시안적 행동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이 우화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와 관련해 언론에 종종 인용되고 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반대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무지든 불순한 의도든 이 우화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매우 왜곡된 프레임(frame)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는 농부,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도록 한, 탐욕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로 설정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특히 이러한 프레임이 자주 사용된다. 즉 상장사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다거나 그 요구 수준도 과도해 기업의 배를 가르고 있다는 식이다. 배당압박→배당금 과다 지출→사내 유보금 감소→투자 위축→기업성장 둔화→고용감소라는 연쇄 논리로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그러나 명확히 할 점은 배당률 제고가 곧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은 타국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8.3%다. 주요 선진국인 영국(65.4%), 독일(40.8%), 미국(38.9%)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할뿐더러 개발도상국인 대만(57.2%), 인도네시아(41.7%), 브라질(38.4%), 중국(32.3%)보다 떨어진다.

이에 반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해가 갈수록 쌓여만 간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00조에 육박한다. 이 사내유보금은 현금으로 비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이 비생산적인 부동산과 주식, 채권, 양도성예금증서 등으로 운용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생산설비 확충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쓰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배당조차 인색하다.

남양유업은 대표적인 짠물배당 기업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남양유업에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권을 행사했으나 거부했다. 남양유업은 2015년 6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배당 관련 추진방안’에 따라 국민연금이 선정해 공개한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이다. 남양유업의 거부 이유는 두 가지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54%에 육박해 배당을 확대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본다. 그리고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양유업이 지난 5년간 진행한 투자는 설비투자 770억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배당과 관련해서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에 대해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 제고 필요성은 인정된다. 주주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대개 기업의 투자여력을 빼는 과도한 배당에는 반대한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과도한 현금배당 제안에 대해 국민연금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동차 산업이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때문에 과도한 현금배당보다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한 R&D나 시설투자 등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경영자 측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과소배당도 과다배당도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합리적인 배당 요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기업이 수립하고 이에 따라 배당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과격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통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투기세력인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s)는 거리가 한참 멀다.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도 주주제안과 공개적인 위임장 대결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주주권을 위한 행동방식으로 포괄하고 있고 실행하지만 그때조차도 기업사냥꾼과는 그 결이 전혀 다르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곧 그들의 성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자대상인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해 적극적인 기업관여(engagement)를 실행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투자자와 투기세력인 기업사냥꾼을 한 묶음으로 치면 매우 곤란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건강을 체크해 주고 지속적으로 황금알을 낳도록 도와준다. 그 산파(産婆) 역할을 잘 하도록 하는 지침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총에서 보여준, 배당과 관련한 상반된 태도를 보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누가 가르려 했고, 또 누가 이를 막았는지를. 기업들은 둘을 명확히 구분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하는 기관투자자들과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투기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백기사(white knight)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태도는 어떤가. 수탁자책임을 위한 주주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실행하는 기관투자자를 '단기적인 탐욕에 눈 먼 위험하고 어리석은 농부'로 치부하고 있다. 보수적인 언론과 학자와 정치인들은 이러한 프레임을 기업의 자율경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양산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결코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군을 적군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누가 죽이는가.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와 불신 그리고 의도적 왜곡이다. 이를 알면서도 소모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내는 자들이다.  argos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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