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5일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부임
기자-전문경영인-창업가-공무원 변신 거듭
창업‧벤처기업의 특성과 경영 현장 어려움 잘 이해
다음커뮤니케이션 CEO 출신으로, '아고라' 만든 주역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황복희 기자]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기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또 창업가로, 공무원으로...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해 1월초 부임한 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창업 촉진, 벤처 육성, 중소기업 R&D 및 기술인력 관련 정책을 개발‧조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전략을 현장에서 이끄는 핵심 인재를 만나 인터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1년여 지났다. 일해보니 어떤가.

“현재 중소벤처기업들이 많이 어렵다. 9988이란 말이 있다. 중소기업 숫자는 전체 기업의 99%이고, 종사자도 88~90%로 많은데 산업의 흐름을 보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전통 산업쪽은 점점 어려워지고 인공지능이나 첨단 4차산업혁명 분야의 미래사업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 마련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전통시장 포함) ▲창업벤처 등 3개의 정책 사업 영역이 있다. 제가 맡은 창업벤처쪽은 두 영역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이고, 우리나라가 잘 되고 있는 점이 많아 다행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보다 한발 앞서지 못하면 안되고, 대한민국이 이끌어온 전통산업 영역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니 창업벤처쪽에서나마 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어떻게 기자에서 전문경영인, 창업자에서 다시 공무원의 인생 역전을 겪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2017년 11월에 정부쪽에서 연락이 왔다. ‘이러이러한 자리에서 사람을 찾는데 맡아볼 의향이 없느냐’는 거였다. 현 정부 들어서 중소벤처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 경제의 돌파구가 찾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중기벤처기업 중 핵심인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민간에서 공모하기로 했다. 첫 공모 절차에 훌륭한 분들이 48명 지원했다는데 적격자는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정부의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꽤 컸을 것 같다.

“지식나눔 플랫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첫 번째 고민은 ‘정말 중요한 일인데, 잘할 수 있을까’ 였고, 두 번째는 ‘내게 맞을까?’였다. 이전에 민간에서 봤을 때는 정부 정책이나 사업이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같아 보여서 ‘왜 저럴까’ 하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이럴 때 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이고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락을 하게 됐다.”

-막상 공무원이 되어보니 어땠나.

“막상 해보니, 정부는 정부 나름의 일하는 구조가 되어있더라. 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있는데, 법을 바꾸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1년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은 목표가 간단하다. 이익이 되면 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만두면 된다. 공공 분야는 국가 전체에 이익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이슈가 너무 많다. 법을 만들려면 국회와 상의해야 하고, 예산은 기재부와 상의해야 하고, 여가부 보건복지부 산업부 등과 상의해야 한다. 혼자 하기 보다 타 부서와 협업해야 되는 것이 많다.”

-공공 분야는 너무 규제가 많은 것 아닌가. 

“민간에선 ‘규제 개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어야 한다. 한 예로 우버를 보자. 모두 ‘우버’가 중요하다 한다.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택시 기사님들은 반대한다. ‘왜 공무원들이 조정을 못하냐’ 하지만, 한계가 있다. 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혁신 성장보다 개인정보를 더 중요시 하는 사람도 있다. ‘갈등 조율’이 우리 사회가 아직 제대로 못갖춘 이슈다. 공무원 중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지만,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혹시 잘못 될까’ 하는 우려와 걱정을 먼저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 때 면책해주고, 악의적이거나 직무 태만으로 인한 것이 아니면 용인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15일 ‘사내벤처 정책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지난달 ‘사내벤처 정책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창업벤처 혁신 분야가 중기부의 핵심중 핵심이라 생각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 많은 사업이 있다. 벤처 실장이 된 후 러시아, 프랑스 중국 출장을 다녀왔고, 국내에서도 방한한 미국 대사나 상무관과 만났는데 그 나라들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구축이다. 기존의 전통 산업 영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한계에 다달았다.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스타트업 육성밖에 없다.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 창업 벤처 영역이 상당히 중요하다.”

-창업벤처혁신 분야에서 올해 특히 중요한 일을 꼽자면?

“크게 두가지 말씀드리겠다. 기존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R&D를 맡고 있다. ‘제조 혁신’, 중소기업 르네상스다. 10명 넘는 제조업 공장이 국내에 6만여개다. 이런 제조업이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도 오르고 근로시간도 단축됐고... 일자리가 있어도 젊은이들 잘 안가려고 해서 미스매치가 생긴다. 극복 위해 ‘제조 혁신 운동’으로 ‘스마트팩토리 운동’을 한다.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하고 지능화하고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을 통해 기존 경쟁력을 회복하려 한다.

벤처쪽에서는 이제까지 창업을 진흥하고 활성화하는 게 중요했으나, 이제는 창업한 회사가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투자받을 때 회사 가치를 1조원으로 인정받은 유니콘은 전세계에서 300개다. 미국에 150개, 중국 80개, 한국에 6개가 있다. 국내에는 ‘쿠팡’, ‘배달의 민족’, ‘옐로모바일’, ‘lnp코스메틱스’, ‘크래프톤’ 등 6개다.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이 20개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IR 투자 설명회 기회도 주고, 벤처 생태계 글로벌 투자자나 파트너들이 올 수 있게 하려 한다.

또 1000억 벤처 클럽이 570개쯤 되는데 이런 회사도 더 늘릴 방침이다. 매출액이 500억, 700억인 회사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지, 어떤 제도나 정책으로 이런 회사가 더 성장하도록 할지 생각한다. 미국, 유럽에 비해 저조한 회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M&A 전용 펀드 등을 보강 운영하려 한다.

또한 창업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게 스케일업(scale up)에 중점 두려고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국가간 협업이나 국제교류를 활성화하고 스타트업 영역에서 국가간 협업하려 한다.”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실장이 중기부와 롯데그룹 도약기업 판로개척 협약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창업대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벤처 부분은 민간과 협업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반응도 좋은 편이다. 만족하는지. 또 현장에서 느끼는 감도는 어떤가.

“지난해에 벤처 투자금액이 사상 최고인 3조 4000억원이었고, 신설 법인수도 10만개였다.

정부 사이드에서 볼 때 회수시장도 2조 6780억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보다 떨어지지만, 나름 활성화돼 있다. 스타트업은 정부보다 민간에서 활성화돼야 한다. 97년 IMF 이후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98~99년 1차 벤처붐 이후 벤처 빙하기, 침체기를 겪었는데 이해진 김택진 이재웅뿐 아니라 창업기업들을 발굴해서 성장을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터, vc(venture capital. 투자) 등이 창업 생태계의 든든한 밑받침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 또 한가지는 대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공과가 있지만,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기업들도 과거 제조업만으로는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 중소기업, 벤처와 함께 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다고 본다. 대기업의 니즈와 중소기업의 니즈가 서로 결합되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 혁신)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훗날 중기부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록되었으면 하나.

“민간에서 쌓은 경험을 국가, 공적인 영역에서 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기자에서 전문경영인, 창업 등의 과정을 통해서 새롭고 가능성 있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본 편이다. 어려움도 겪긴 했지만, 많은 젊은 후배들에게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어떤 면이 도전 DNA를 자극했는지 궁금하다.

“활자화되기가 애매할 수 있겠지만, 경향신문에 입사해서 조선일보로 옮길 때 고민이 있었다. 경향신문의 공채 기수로 거기서 잘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좀더 큰 매체고 독자가 많아 옮기고 싶었다. 그런데 옮겨서 일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또 사회부 경제부 기자를 하다가 정보통신 담당 기자를 했다. 이후 IT쪽 일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업계 트렌드나 리듬을 많이 알게 돼 지금도 도움이 된다. 기자 시절 배운 좋은 점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주제를 잡아서 빨리 의사 결정하는 것이다. 또 전문경영인 시절과 창업했던 경험과 사업 방식을 나랏일에 조금 가미하고 있다. 공적으로 민간의 판단을 효율화하는 쪽은 도움이 된다. 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저를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예전에정보통신 기자를 할 때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영어단어에 ‘우버드’(being ubered) ‘아마존드’(being amazoned)가 최근 유행한다. 마치 검색하는 걸 ‘구글링한다’고 말하듯이. 이 ‘우버드’와 ‘아마존드’는 ‘도전과 혁신을 하지 않아서 망하는 것, 죽음’을 뜻한다.

민·관공동기술개발 투자협약기금」투자협약서 서명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남동발전 등은 민·관공동기술개발 투자협약기금 조성에 나섰다. 지난 6일 협약 체결후 이용재 한국남동발전 본부장, 김형준 한국토지주택공사 본부장,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권소현 부산항만공사 부사장, 고근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창업본부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민·관공동기술개발 투자협약기금' 투자협약서 서명이 끝난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기부]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면, 페이스북을 그만두곤 한다. 그런데 석종훈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보낸 1주일간 한 일 가운데 가장 인사적인 것을 매주 월요일마다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정부 공공 영역에도 민간 방식이나 민간의 사고가 반영되어야 하지만, 민간에게도 공공 영역을 알려야, 서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개선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리한다”고 말한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진행형이다. 

석종훈 실장은 서울 출신으로 대성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뉴스를 창업・운영하면서 미국 현지 벤처창업환경과 프로세스, 협업시스템을 체득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CEO로 영입돼 ‘미디어 다음’, ‘아고라’, ‘Daum 지도’의 성공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나무온 등을 창업하는 등 기업의 창업‧성장과정의 경험을 쌓으면서 창업‧벤처기업의 특성과 경영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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