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신용은행 출신 첫 행장…

회장·행장 분리 체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겸임해오던 KB국민은행장에 차기 후보로 허인 부행장이 내정됐다.

KB금융지주 상시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허 부행장을 은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선 배경에 대해 “풍부한 업무경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변화혁신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허인 내정자는 1961년생으로 현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1960년대 생인 젊은 행장인 데다, 1998년 국민은행이 합병한 장기신용은행 출신 첫 번째 행장이라는 데도 의미가 더해진다. 은행 내 전략과 재무, 여신, 기업금융, 영업 등 업무 경험을 두루 갖춰 조직 혁신을 이끌 인물이라는 평가다. 경남 진주 출신이며 대구고, 서울대 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하고,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된 후 대기업부 부장, 동부기업금융 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등을 역임했다. 최근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5조원대의 참수리대출 사업권을 신한은행에서 가져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은 차기 은행장 내정에 따라 지난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에서 촉발된 이른바 ‘KB사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분리 경영을 하게 됐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국민은행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이어진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어윤대 당시 회장이 대통령 측근 금융계 인사로 분류됐고, 박근혜 정부 때도 역시 이건호 당시 행장에 이어 행장과 감사 등 주요 보직에 대해 낙하산 인사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 바 있다. 금융권에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이어 은행장을 내부에서 발탁한 인사에 대해 KB금융이 과거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독립해 안정적 지배구조 확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살림을 허 행장에게 맡기고 계열사 시너지 강화와 M&A, 해외진출, 핀테크 등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 구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행장 후보는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와 추천 절차를 거쳐 16일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된다. 행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임기는 2년으로 책임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윤 회장의 임기와 동일하게 오는 11월 21일부터 시작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