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 자본시장의 ‘아이돌’로 부상할까
사회책임투자, 자본시장의 ‘아이돌’로 부상할까
  •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 승인 2017.10.1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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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출시 릴레이, 활성화 법 봇물

최근 사회책임투자(SRI)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펀드시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일부 운용사를 중심으로 출시되는 등 꿈틀대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리테일 펀드(공모펀드)의 경우 2009년 ‘마이다스책임투자’ 펀드를 끝으로 맥이 끊어졌다. 그러나 올해 5월 하이자산운용이 ‘하이사회책임투자’를 출시했고, 8월 중순에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삼성 착한책임투자 펀드’를 선보였다. 한화자산운용도 ‘ARIRANG ESG우수기업 ETF’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MSCI와 상품개발을 논의 중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도 ESG 상품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교원공제회는 2019년 사회책임투자를 시행한다는 계획 아래 이와 관련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도 사회책임투자 방침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사회책임투자가 자본시장의 ‘아이돌’이 될 기세다. 사회책임투자(SRI :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는 투자자의 철학과 관점 혹은 목적과 강조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된다. 현대적 의미의 사회책임투자는 투자대상의 재무적 측면(매출액, 영업이익률 등)만이 아니라 ESG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이러한 반응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더불어 사회책임투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구현하기 위한 ‘11가지 경제민주화 방안’들을 제시했는데, 그중 10번째로 “국민연금을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주주권 행사 강화로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입각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를 약속했다.

세계 SRI, 한국은 역주행

사회책임투자는 이제야 국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전세계의 글로벌 트렌드다. 전세계의 유수 자본시장은 사회책임투자라는 대양(大洋)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전세계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말 기준 22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기관투자자 자금의 약 26% 수준이다. 유럽(52.6%)과 미국(21.6%)이 사회책임투자 시장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50% 이상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일본의 성장은 눈부시다. 2014년 70억 달러에 불과하던 일본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에는 4740억 달러로 급등했다. 가히 폭발적이다.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2016년 보고서는 일본을 아시아에서 제외해 별도로 규모를 산정할 정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전세계 사회책임투자 규모 대비 2.1%를 차지한다. 일본의 성장은 아베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책임투자 장려정책 덕분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는 0.2%에 불과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사회책임투자는 명함을 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한국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 말 기준으로 약 7조원 수준이다. 공적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 그리고 SRI 리테일 펀드의 규모를 합친 규모다. 이 규모는 2014년 일본의 사회책임투자 수준이다. 7조원 중에는 3대 공적연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6조6224억원), 3대 공적연기금 중에서도 국민연금이 절대적이다(6조3700억원). 한때 2조원에 육박해 가던 SRI 리테일 펀드는 점점 자금이 이탈하더니 현재는 3000억원 이하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공적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도 한발 더 들어가 보면 한숨이 나온다. 현재 67개 국내 공적연기금 중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기금의 일부를 운용하고 있는 기관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이다.

먼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2016년 기준으로 6조3700억원이다. 2015년에는 6조8516억원이었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사학연금은 2016년 2,124억원으로 2015년 99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올해 7월엔 사회책임투자금액은 제로(0)가 되었다. 벤치마크인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조금 떨어졌다는 이유로 모두 빼버렸기 때문이다. 총기금운용 대비 사회책임투자의 비중은 국내 공적연기금 사회책임투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16년 기준, 국민연금 1.14%, 사학연금 1.52%, 공무원연금 0.61%다. 3대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비중은 1.14%다.

SRI 활성화 법 대거 제출

20대 국회에서는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국가재정법, 국민연금법, 한국수출입은행법, 한국산업은행법, 한국투자공사법, 자본시장법 등이다. 기금운용이나 정책금융 운용시 ESG 고려를 의무화하거나, 자율로 하거나, 공시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특히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금운용평가에 사회책임투자 관련 지표를 만들어 이를 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책임투자를 기관장 평가와 연동시켜 67개 공적연기금으로 확산해 보자는 취지다. 한국투자공사법과 자본시장법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한국투자공사법은 한국투자공사가 국부펀드를 주식으로 운용할 경우 ESG를 자율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상임위를 통과하자, 한국투자공사는 내년에 ESG 투자를 단계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이 사업보고서 상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쉽게 말하면 ‘깜깜이 투자’를 방지하는 취지의 법안이다. ‘의무공시’가 ‘자율공시’로 후퇴해 통과되었다. 최근 최흥식 금감원 원장은 국민 알권리와 투자판단을 위한 ESG 정보공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시대적 요청인 ‘경제민주화’를 가장 시장친화적으로 촉진하는 수단으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을 가장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법으로 평가 받는다. 지속가능금융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책임투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기초적인 인프라 법과 제도 마련 요구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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