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융합센터 김지윤 대표
(前 가스안전공사 연구원장, 중앙대 교수)

김지윤 대표
김지윤 대표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0분. 경상남도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귀한 인명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당하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2014년 5월 28일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사고, 2015년 1월 10일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사고와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와 유사한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물에는 화재 발생 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대피 공간 확보와 스프링클러, 제연설비 및 방화문 등의 안전조치가 설치돼 있고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에는 건물 층당 연면적이 600㎡ 이하로 관련법에 따라 스프링쿨러 등의 설치 제외 대상이었고, 이로 인해 설치가 안 되어 있었다고 한다.
 

예방을 위한 근원적 안전제도와 시스템 갖춰야

그동안 화재 사고 등 재난안전사고의 발생 시 마다 관련시설에 대한 국가 또는 자치단체, 관련 기관차원의 수많은 안전점검과 안전진단이 실시돼 왔고, 미진한 시설에 대한 개선과 보완이 이뤄져왔다. 밀양 사고를 계기로 이번 정부 역시 안전관리가 취약한 다중이용시설 29만 곳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난안전사고는 사후 수습도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 동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원적인 제도 개선과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필요하다. 더 이상 동일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전관리의 한 예로 중국 북경에서는 지하철을 타려면 탑승 전에 공항수준의 보안검색대를 거친 후 승차카드를 찍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08년 북경올림픽 안전강화 방침에 따른 조치의 일환이었고, 지하철 이용객들은 안전을 위해 이용객에게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불편을 감내하며 여전히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은 생활 문화이자, 습관이다

재난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필요하고, 국민 모두의 생활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첫째, 재난안전 제도와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정비, 국민 현실에 맞도록 반영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재난안전 제도와 시스템 정비를 위해서는 먼저 재난안전 관계법령 미비사항을 발굴하고, 문제점들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관련 법령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법령을 제·개정하는 과정은 현실적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이행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만이 보다 유효성 있는 대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전과 관련한 법령 강화를 단순히 규제라 생각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는 생각으로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필요한 사항들이 현실 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효성 있는 제도정비를 이뤄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가 재난·재해 및 안전에 관한 R&D 예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R&D 예산 중 재난·재해, 안전 분야가 차지하고 비중은 2014년도 기준 2.35%로 4165억 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4.1%로 5조 8000억 원, 일본은 7.0%로 2조 4000억 원의 규모인 것과 비교해 국내 예산은 규모나 비율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재난·재해, 안전에 대한 R&D 수준은 결국 국가와 사회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이다. 관련분야에 대한 예산배정이 이뤄지는 만큼 관련 분야의 산업과 연구도 활발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를 중심으로 안전분야를 글로벌과 경쟁하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방안은 그때만의 구호로 끝났다.

세 번째는 형식이 아닌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점검과 안전검사가 수행돼야만 한다.

대부분의 재난현장의 사례를 보면 결국 당연히 이뤄졌어야 하는 점검이나 검사가 부실했거나, 법적 기준에 미흡한 경우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와 밀양 노인요양병원의 화재 참사 역시 동일한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였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고는 제도적 장치의 부족보다는 오히려 그 규제가 현실 속에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 스스로도 그 규제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이정도 쯤이야, 이번 한 번 정도야 등 사소하게 생각하고 넘긴 한번의 실수가 결국 치명적인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자체점검이나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법정검사 모두 기준에 맞는 철저한 점검과 검사가 이뤄지고, 지적된 미비 시항은 제대로 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관청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이뤄진다면 더 이상 반복되는 불행한 참사들 상당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안전의식과 안전문화는 우리 삶 속에 습관과 생활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탈 때면 이제 안전밸트를 매는 일은 마치 자연스러운 일처럼 언젠가 우리 일상에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안전밸트를 매는 일이 어느새 자연스러운 우리의 생활문화가 된 것처럼 대부분의 안전규정은 우리의 삶 속에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야 만이 비로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한번쯤은 괜찮겠지’, ‘이 정도야 별문제 없겠지’ 등 안전은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을 지키지 않을 때, 현실에서의 사고나 재난으로 언제든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안전에 대한 각종 원칙을 되세기고, 교육함으로써 이 현실 속에 각종 안전기준과 원칙들이 하나의 생활습관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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