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사회적경제 완성을 위한 연대 강조

최태원 회장...10년내 사회적기업 10만개 양성

박원순 시장, 최태원 회장
박원순 시장, 최태원 회장

시장에서는 실업자가 양산되고, 정부는 돈이 없다. 이럴 때 국민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까.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 해답을 ‘사회적경제’라고 단언한다. 사회적경제 전도사를 자처하는 두 거목의 활약상이 최근 도드라진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서민과 소외계층 등 약자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이윤창출과 함께 자립의지를 고취시키는 사회적기업에 주목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사회적기업 청책(聽策)워크숍’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민의 주도적이고 민주적인 참여와 지역경제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의 정책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12년 서울시는 사회적기업을 위해 재정지원, 컨설팅, 사회투자기금 조성에서부터 인재육성과 주거는 물론 협동조합기반 조성에 적극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서울시는 2011년 당시 718개에 불과했던 사회적경제 기업수가 2016년말 기준 3,501로 나타나 2011년 대비 무려 5배가 증가했다. 사회적기업 종사자 가운데 41%가 취약계층으로 조사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박 시장의 신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눈을 돌렸다. 박 시장은 2013년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적경제포럼 (GSEF: Global Social Economy Forum)을 주도, 현재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그는 캐나다 몬트리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서 “세계 경제위기와 불평등의 해법은 사회적경제다”며 “사회적경제는 협력, 협동, 연대, 평등이라는 가치를 되살리는 운동이며 국가나 시장이 아닌 시민의 참여로 이뤄지는 경제”라고 주장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성과는 170여년의 사회적경제 역사를 가진 캐나다 퀘백주와 비교할 경우에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인구 900만 명의 퀘백주에는 7,000여 개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역고용의 4%(15만 명)를 책임지고 있으며, 이중 절반에 달하는 협동조합의 연매출은 3,340만 달러(368억 5,690만원)에 이른다는 통계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영리기업보다 두 배 이상 의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어 후발 주자인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특히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업체 수의 양적 증가와 함께 기업 당 평균 매출과 고용 창출 면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실제 운영률 64%를 적용하여 2012년과 2015년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성과를 비교·분석해보면 매출은 2012년 대비 112%, 고용은 2012년 대비 72%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17사회적경제기업 5대 중점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투입되는 예산은 총 579억원. 지난해 대비 500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해 신규일자리 2,00개를 늘리겠다는 청사진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제품의 판로개척은 물론 클라우드 펀딩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 자치구 투자출연기관이 사회적경제 기업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공공구매액을 지난해 대비 16% 늘어난 1,000억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2012년 지자체 최초로 사회투자기금 500억원을 조성한 뒤 사회적투자활성화에도 불을 댕긴 서울시는 올해 민간기금 100억원과 시 기금 융자금 160억원을 포함해 26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자치구별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를 지난해 15개에서 20개로 늘리고 지난해 11개였던 사회적경제 활성화공간도 올해 13개로 늘어난다. 또한 지난해 6개였던 사회적경제 특구도 올해 4개 늘어난 10개로 확대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신념과 사랑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 못지않다.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낼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다. 지난 7월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사회적기업 국제포럼’기조연설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사회적기업 10만개를 육성하자”며 “사회적기업 경제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수준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사회적기업 시장은 국내 총생산의 0.25%수준이다. SK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요 계열사 정관에 ‘사회적가치창출’이라는 경영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그룹의 경영철학이 담긴 SKMS(SK Management Systems)에도 ‘기업은 사회적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국내 최초로 카이스트에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MBA과정을 개설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를 설립하는 등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그의 노력은 마침표가 없다. SK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MBA 과정을 마친 졸업생 중 91%가 창업에 나섰고 22%가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며 “향후 5년간 사회적기업가 육성에 12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SK그룹의 ‘사회성과 인센티브’제도가 눈길을 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이에 비례한 재무적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이 제도는 지난해 100억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44개 사회적 기업에 30억원, 올해는 200억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93개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최 회장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4월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한 최 회장은 “기업이 단지 돈을 버는 도구로만 전락하는 건 큰 문제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이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고 따뜻해진다”는 말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최 회장은 “현대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보다는 문제를 발생시켜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의 크기나 발생 속도가 더 빨라져 나중에는 정말 ‘풍요속의 빈곤’이 될 공산이 크다”면서 “문제를 푸는 속도를 끌어 올리려면 정부와 기업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전문가가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재주와 특성을 갖고 있는데 ‘키카 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룰을 만들어 놓고 줄을 세우면 나머지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키 큰 사람만 평가받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 환경 문제를 생각해서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또한 단지 재무제표 상으로 ‘돈 잘 버는’ 기업만 좋은 기업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하는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는 새 척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공유경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요즘 재벌개혁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늘 주제인 사회적 기업하고도 맥락 닿아있다.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가능하면 공유를 하자고 결정했다”면서 “SK그룹 자산이 160조원 정도 되는데 그 중 공유할 수 있는 건 오픈해서 나눠서 쓰는 개념으로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경쟁의 프레임 자체가 달라졌다. 내 땅 내 공장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커지면 재벌도 부정적인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긍정적인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유하는 만큼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저희 그룹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내부 정리 작업을 하고 대부분의 자산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바꿔놓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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