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독(毒)이다
금품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독(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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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선거 차단할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당선자, 낙선자 화합하는 품격있는 문화 필요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금품선거는 유권자나 후보자는 물론 360만 중소기업에게 독(毒)이다. 유권자 소속의 기업과 협동조합은 이런 과정에서 좀비로 전락한다. 처음부터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해서 표를 얻겠다고 나서는 후보자는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추측컨대 유권자가 직·간접으로 금품을 먼저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후보자 역시 이런 검은 유혹을 냉정하게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 후보자는 원치 않는 금품을 건네고 벙어리냉가슴만 앓을 뿐 입을 열 수 없는 구조다. 중앙회장 선거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8일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5명의 후보가 19일간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총 563명의 유권자들은 中企중앙회의 새로운 회장으로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제이에스티나 회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당선자인 김기문 회장이 금품선거를 했다”며 낙선자들이 반발하는 등 26대 집행부 출범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낙선자 A측은 연휴에도 불구하고 다른 낙선자 측 핵심참모인 B씨와 C씨에게 연락을 해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가 금품선거의혹에 따른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지 않느냐”며 “낙선자들끼리 연대를 해서 빠른 수사를 촉구하자”고 제안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알고 보면 이번 선거를 위해 일부 낙선자도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제보와 함께 그 징후 역시 발견되고 있다. 당선자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아직은 공격할 때가 아니다. ‘수사중’임을 빌미로 낙선자 측에서 핏대를 세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싶다. 이번 선거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25대 집행부 임원 중에서 3명이나 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25대 집행부 임기 동안 얼마든지 정관개정을 통해 금품선거 방지와 공정선거를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그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들은 외면했다.

지금 中企중앙회는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다. 근로시간 단축, ‘기업의 지불능력’ 배제된 최저임금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이고 쌓였다. 악법도 법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지난 4년간 선거법 개정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후보들 혹은 후보 캠프에서 이제 쌓인 과제를 풀어야 할 신임 회장에게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하고 있다.

이상적으로야 금권선거·불법선거에 휘둘리지 않고 한점 부끄러움도 없는 지장(智將)·덕장(德將)이 뽑혔으면 좋았다. 그런데 선거 결과 563명의 유권자 대의원들은 이미 23, 24대 회장을 지냈고, 금권선거 의혹과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예상된다는 김기문 회장을 뽑았다. 정확히 1차 투표에서 188표(34.8%), 2차 투표에서 296표(55.5%)를 받았다.

선거일에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은 후보자 각 개인의 장단점과 강점과 약점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김기문 회장의 약점과 단점까지 모두 그간 언론의 공격 대상이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를 뽑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유권자들은 김기문 회장이 이런 상황 역시 특유의 경륜과 경험치로 잘 헤쳐나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의 강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 발휘되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바람일까. 악법도 법인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이번 기회에 공명선거를 위한 정관개정의 기회로 삼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차기도 생각할 수 있다.

낙선자들은 오히려 ‘단임제’를 비롯해 ‘대의원제도’ 도입 등 참고할 만한 대안을 내놓으면서 품격과 포용력을 갖춘 리더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원로들의 지적이다.

고 김종필 전 총리는 생전에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 먹는다”고 조언한 바 있다.

중앙회장은 CEO로서의 자질과 함께 정치력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가지고 승부를 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허용되는 그런 쉬운 길이 아니다. 김기문 회장이 당선 후 기자들에게 “금품선거의혹은 사법기관의 수사에 맡기고 기다려보자”고 했던 것처럼 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아량과 격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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