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 회장의 쓴소리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독
네덜란드 국가시스템 배워야
OECD국가 중 농업과 중기지원
최고이지만 경쟁력은 꼴찌수준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불평등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 도 있다. 불평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주변의 누군가가 나보다더나은일을할수있다는것을 보여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불평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3년 전 한국을 방문한 앵겔스 디턴 프리스턴대 교수의 말이다. 노벨경제 학상을 수상한 그의 발언은“노력과 혁신에서 비롯된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긴 해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자신의 부만 추구하고 정부에 특권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불평등은 성장을 촉진하지 않고 절망만 안겨준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홍국 하림 그룹회장은 최근 디턴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특혜도 대기업에 대한 옥죄는 일도 없어야 한국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후유증도 정부가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농업국가로 불리는 네덜란드에 주목하면서 30대 그룹을 일군 CEO로 정평이 나 있다. 인구 1700만으로 남한 땅의 2.5분의 1의 불과한 네덜란드의 GDP는 세계 17 위(2016 IMF기준)이지만 국민소득은 5만달러가 넘는다. 세계 5위의 무역 대국이며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삶의 질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여유가 넘치는 매력적인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라는 김 회장의 설명이다.

“2세기경 교회에서 부동산이나 회계를 담당하는 재산관리 자를 오이코노미코스(Oikonomikos)라고 불렸 어요. 경제(Economics)의 어원이 오이코노미코스이며, 문화(Culture)역시 경작(cultivation)에서 출발했다는 말입니다. 창세기에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는 말씀은 ‘가치를 만드는 일, 경작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문화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예능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길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바로 네덜란드가 창세기 28절 말씀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업이란 의미의 에그리컬쳐(agriculture) 역시 아고로스(agri/들판) + 컬쳐(culture/문화)의 합성어로 하나님이 준 땅과 햇빛 등 자원을 가지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정부가 농업분야는 물론,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지원정책은 자칫 ‘독약’이될 수있다”며 “자본주의 시스템인 ‘경쟁’을 유도해야 기업가 정신부활은 물론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주 장했다. 정부가 할 일은 지원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OECD국가 중 농업분야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세계 최고이지만 경쟁력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농업강국인 네덜란드나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즈니스를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예외적으로 정부가 보살 펴야 할 대상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약자, 고아 등을 꼽았다.

“네덜란드 간척지에 소재한 어느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10ha(헥 타르)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 하는데 투자비가 대략 800억원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얼마나 지원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단 1원도 지원받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시설을 완공했다고 합니다.”

시장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해야 살아날 수 있고 은행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만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수는 대략 109만가구. 네덜란드 농장수는 6만4,000개. 우리나라 농가수는 줄어들고 규모는 커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사실상 ‘농가’라는 단어가 없다고 했다. 모두 컴퍼니(Company)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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