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시공·안전관리 부실…시공자 등 9명 입건
올들어 동일 가스보일러 사고 3건, 또다시 6명 사상

지난달 23일 인천 서구 금곡동 000빌라에서 발생한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 현장.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훼손된 가스보일러 배기통의 모습.
지난달 23일 인천 서구 금곡동 000빌라에서 발생한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 현장.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훼손된 가스보일러 배기통의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 10명 사상자(3명 사망, 7명 부상)를 낸 강릉 펜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18년 12월 17일)에 대해 경찰수사본부는 '무자격자 부실시공과 안전점검,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라 결론지었다.

사고 발생 한달 보름만에 72명의 경찰 수사본부가 보름간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사고는 예상대로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올들어 수도권 지역에서만 3건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로, 사망 2명을 포함해 6명의 사상자가 또 발생했다.

가스보일러 CO중독은 여타 사고와 달리 사망자율이 월등히 높은 사고라는 점에서 사용자뿐만 아니라 모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사고다.

현재 국내에는 약 2000만 가구중 가스보일러를 사용중인 가구는 도시가스 약 1400만 세대, LPG 약 150~200만 세대를 포함해 1500~1600만 세대로 추산된다.

또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연간 140만대로 영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스보일러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국내에서 반복되는 CO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보일러의 설치 위치를 비롯해 각기 사용환경, 설치연도 등 정확한 현황 파악을 시작으로 시공에서부터 폐기에 이르는 총괄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스보일러 CO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모습. [해당 홈페이지]
가스보일러 CO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모습. [해당 홈페이지]

강릉 가스보일러사고 수사결과

강원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달 4일 강릉 펜션 CO가스중독사고건으로 펜션 운영자, 무등록 건설업자, 무자격 보일러 시공자를 비롯해 완성검사를 부실하게 한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영동지사 검사원과 점검을 부실하게 한 LPG공급자 등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중 보일러를 시공한 업체 대표 A씨(45)와 시공기술자 B씨(51)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불법 증축을 한 전 펜션 소유주 2명도 건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처음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보일러 연통(배기관)이 보일러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에 의해 조금씩 이탈했고, 이 틈으로 배기가스가 실내로 누출돼 빚어진 참사라 결론지었다.

이에 더해 완성검사를 한 가스안전공사 검사원은 보일러의 시공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약 4년간 가스공급자 역시 보일러에 대한 점검과 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등 일련의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모두 드러났다.

특히 국과수와 가스안전공사, 경찰 등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결과 무자격자의 시공은 상식 밖이었다. 배기통이 분리된 원인은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사이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밑 부분 약 10cm 가량 절단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배기관을 결속해 주는 홈이 잘려나갔고 절단된 배기관을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다시 절단된 면이 배기통의 기밀과 결속력을 높여주는 고무링까지 손상시켰다. 더욱이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부분에는 내열실리콘 마감처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강릉 사고는 무자격자에 의한 배기통의 부실시공이 시간이 지나며, 보일러 진동으로 인해 연통을 이탈하는 현상을 일으켰다는 판단이다. 또 사고의 결정적인 사고원인은 아니지만 보일러 배기통 급기관에서 발견된 벌집 역시 보일러 산소공급을 막아 불완전연소를 유발하면서 배기통 이탈을 가속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올겨울 계속되는 가스보일러 CO사고

강릉 사고를 시작점으로 원인은 다르지만 남양주, 부천, 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올들어 3건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만 사망 2명을 포함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오후 4시 50분경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 한 아파트에서 가스보일러 연통 분리돼 실내 있던 일가족 4명(남1명, 여3명)이 실내로 누출된 CO가스에 중독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47)가 “오전부터 두통이 심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보일러를 확인했더니 배기통이 빠져 있었다”며 “보일러 배기통을 다시 연결한 후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고를 조사한 가스안전공사는 “위층에서 떨어진 고드름이 아래층 보일러 배기통을 이탈시킨 사고로 추정된다”며 “현재 사고 보일러(귀뚜라미)를 수거해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오후 6시52분경 부천 원미구 심곡동에서도 가스보일러 CO중독으로 남자 1명(55)이 사망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장소는 주방을 겸한 협소한 샤워실 이었고, 현장에는 ‘98년 8월 제조된 자연배기식(CF) LPG보일러(롯데기공)가 설치돼 있었다.

가스안전공사측은 “미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피해자를 부검했고, 혈액에서 CO가 검출돼 공사로 사고가 접수됐다”며 “환기가 불량한 협소한 공간에서 CF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 조사결과 출입문과 창문 틈새가 단열재로 마감처리 돼 있었다”며 “피해자 발견당시 샤워기는 온수위치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상태였고, 가스레인지 버너에도 약한 불로 물을 끓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조건으로 현장의 CO농도를 측정한 결과 40분만에 1800ppm의 CO가 검출됐다.

지난달 23일 오전 11시30분 인천 서구 금곡동 한 빌라에서도 가스보일러 CO중독으로 남자 1명(46)이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원룸형 빌라로 가스보일러(대성셀틱)의 배기통을 누군가 고의로 파손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고의사고로 추정됐다.

사고를 조사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주변에 드라이버 등 공구가 놓여 있었고, 배기통은 공구에 의해 파손된 상태였다”며 “드라이버 등 공구로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손상, 이탈된 상태에서 보일러를 가동해 피해자가 CO에 중독 사망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동일 조건으로 현장의 CO농도를 측정한 결과 보일러를 가동한지 20분만에 피해자가 발견된 욕실에서 1000ppm의 CO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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