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서울미술관 신관서 김환기 푸른 점화 등 '거인' 전시
총면적 300평에 지상 3층 규모의 신관 통유리창 2층 전시장
7년 전 흥선대원군 별장 '석파정' 품은 서울미술관 개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신관 전경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신관 전경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을 기념하며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한 '거인' 전시.  [서울미술관]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을 기념하며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한 '거인' 전시. [서울미술관]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안병광(62) 유니온약품 회장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인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을 정원 삼은 서울미술관을 7년여 전 연데 이어, 최근 신관을 개관했다.

2012년 8월 서울 부암동에 들어선 서울미술관은 4만9500㎡(1만5000평)에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 원래 유니온 약품 사옥 터로 점지됐지만, 문화재인 석파정 때문에 서울미술관을 지었던 것이다. 총면적 990㎡(300평)에 지상 3층 규모로 신관 통유리창인 2층 전시장은 석파정이 그림처럼 담긴다. 아울러 28일까지 전시하는 신관 개관 전시 ‘거인(去人;Walking Man)’과 ‘폴 자쿨레: 다색조선’전도 야심차게 준비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병광 회장이 직접 큐레이팅에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미술계에서 유명한 VVIP 고객. 서울미술관 개관 당시에도 화제가 만발했다.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산 국내 최고가의 이중섭 유화 '황소'(1953)를 선보일 때 미술품 판매와 가격이 공개되면서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때문에  '그림 산 게 죄가 아닌데' 하며 당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
이중섭, 싸우는 소, 1955, 종이에 애나멜과 유채, 27.5X39.5cm
이중섭, 싸우는 소, 1955, 종이에 애나멜과 유채, 27.5X39.5cm

영업사원 시절, 우연히 접한 이중섭 ‘황소’에 꽂혀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처마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다가 눈에 띈 것이 건물에 전시된 이중섭의 '황소' 그림이었다"는 안 회장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황소가 여전히 앞으로 전진하려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황소' 그림 인쇄물을 7000원에 사 아내에게 선물하면서 "언젠가 원작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30여 년 후 국내 경매 최고액을 기록하며 이중섭의 '황소'를 샀다. 이후 그는 이중섭의 '황소' 작품을 계속 모았다.  그 중 하나인 '싸우는 소'를 지난 201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았다고 한다. 100만 달러를 불렀는데, 85만 달러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팔지 않았다.

'왜 우리 작가 작품은 가치를 높게 쳐 주지 않는가'며 아쉬운 마음에 팔지 않았고, 뉴욕의 한 교포가 이중섭의 작품을 싸게 팔지 않아서 고맙다며 폴 자쿨레의 그림을 하나 선물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그의 작품도 모으기 시작했고, 그 작품들이 이번에 전시된다.

7년여전 서울미술관을 연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최근 신관을 열고 '거인' 이란 기획전도 마련했다. [서울미술관]
7년여전 서울미술관을 연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최근 신관을 열고 '거인' 이란 기획전도 마련했다.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 신관, 앞으로 청년 작가들에게도 기회 제공

안 회장은 "서울미술관을 통해 문화강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석파정 미술관으로도 더 유명한 서울미술관은  빼어난 풍광 또한 압권이다. 인왕산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석파정은  그대로 작품이다. 미술관 주변엔 안동 영주 구례 등지에서 공수해온 수백 년 나이를 자랑하는 모과나무, 회화나무, 산수유 등이 있다. 사랑채, 별채, 안채 등 건물 4채로 구성된 석파정 한옥엔 안 회장 부부가 산다. 폐가로 변해가던 150년된 고택을 65억원에 인수해 2년간 20억원을 들여 보수 공사를 했다. 

신관은 청년 작가들에게 기회를 더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장도 벽을 툭 터서 작가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게 설계했다. "미술관을 유한 마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감성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안 회장은 이번 신관 개관전에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김창열 서세옥 곽인식의 대형 작품을 건 '거인' 전을 열었다. 28일까지 개최되는 '거인'전에는 김환기의 푸른 점화 '십만 개의 점 04-VI-73 #316'이 미술관 설립 이래 첫 공개돼 눈길을 끈다. 김환기 작품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한국 회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명작이다. 

층고 5m로 200호 대작들이 '십만 개의 점' 외에도 여유롭게 걸려 관객들을 반긴다. 한점 한점 국내 최고 화가들의 대형 회화들이다.  안 회장의 소장품인 달항아리(이천도예명장 권영배)도 함께 어우러진 멋진 전시다. 많은 기업들이 비자금 조성 등의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지만,  안 회장은 비싼 소장품을 그냥 공개했다. 그의 당당한 미술품 사랑이 보기 좋다.  

김환기 '십만 개의 점 04-VI-73 #316', 1973, 면천에 유채, 263x205

서울미술관 개관후 3년간 34억원 적자...공공가치 실현 

1988년 의약유통업체 유니온약품을 설립, 연간 매출 5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중섭의 '황소' 프린트물로 꿈을 키웠던 안 회장은 27년 후인 2010년 52세때 '진짜 그림' 황소를 낙찰받았다. 미술관 건립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1년에 2회 다양한 기획전으로 주목받았다. 개관 7년, 연간 15만명이 관람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서울미술관 개관 후 3년간 34억원 적자가 났다. 미술관 등록도 안해 정부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소장품은 500여점이 넘어 미술관 등록 요건은 충분하지만 '자력 갱생'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미술관으로 등록이 되면 전기세 감면이난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에 의존하다보면 자립도가 떨어지고, 요건에 맞춰야 할 간섭으로 정부나 지자체 눈치를 보게 된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석파정은 권력과 권세의 상징이자 정치와 이념의 공간이었다. 그런 땅을 문화공간으로 바꾼건 30년간 컬렉터로서 누린 기쁨을 나누고픈 마음에서다. '미술품은 공공재'라는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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