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널리 알려졌듯이 올리브유, 낫토, 요거트, 렌틸콩과 더불어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평가 받는 김치는 풍부한 유산균과 아미노산 등으로 그 다양한 영양가나 활용도가 많은 종류만큼 슈퍼푸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 낫토와 김치, 올리브유를 섞어 먹으면 최강의 다이어트, 변비 해소의 미용식품이 된다 해서 일본에서는 젊은 층의 여성들이 김치를 선호한다. 또 술꾼들은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영양 보충식을 겸한 술안주로 김치돼지고기 볶음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 김치 본래의 강한 냄새를 완화시켜 좀더 일본인 취향에 맞는 감칠맛 나는 맛과 향기를 추구하다 보니 생선엑기스와 배, 사과, 생강, 마늘 등을 넣은 김치에 다시마와 가츠오부시를 듬뿍 넣는다. 그 결과 대부분의 수퍼마켓 김치가 ‘상큼 새콤 아삭하기’ 보다 미끄럽고 끈적한 맛의 고춧가루 물을 배추에 바른 나물 무침처럼 되는 것이다.

또 박주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민주평화당)이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 김치 전량이 중국산이다. 2017년의 국산 김치 총 수출량이 2만4311t(8139만4000달러), 중국산 김치 총 수입량은 27만5631t(1억2867만9000달러)으로 수출보다 수입량이 90%를 넘고 있다. 지난 5년간 주요 김치 수출국은 일본(60.1%), 미국(8.2%), 홍콩(4.7%), 대만(4.2%), 기타(22.8%) 순이다.

이처럼 수입 김치의 전량이 중국산이고, 모국어, 모국문화조차 잃어가고 있는 중국동포들에게 김치문화 사업을 일임해 버린다면 김장문화 종주국 한국의 유산은 과연 누구의 것이 되는 걸까. 이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시대라지만 정체성 문제와 관련되므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야채를 사용한 최강의 유산균 수퍼푸드 ‘김치’. 다른 문화권에서는 쉽게 만들 수도 없는 김치 고유의 맛과 영양과 효능.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는 만능 음식, 김치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기억의 재산이자 생활 속의 힐링 푸드이다. 맛을 잃고 나서 되찾으려면 결코 쉽지가 않다. 수많은 건강 식재와 양념으로 조화를 이뤄내는 한민족의 정신이 깃든 김치를 보전, 계승, 보급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예전에 몇 언론에서 김치의 여왕이라 불리는 제자를 소개한 바가 있다. 그는 현재 SNS를 통하여 인기 급부상 중으로 일본을 종횡무진하며 김치 강좌를 열고 있다. 그는 한국 유학생활은 잠시 했지만 대대로 야마구치서 살아 온 일본인이다.

필자가 일본인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가 재일동포나 한국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김치 홍보와 한국 문화 보급에 엄청난 시민외교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학 대학원을 마친 뒤, 아사히신문사에 재직하며 필자와 공동연구도 해왔는데, 결혼 후 아이들의 아토피 치료를 위한 음식 연구에 몰입하였다. 가족 건강을 위한 음식 만들기를 통해 부추김치를 알게 되고, 그 이후 각종 소재를 과감히 활용하여 샐러드나 와인 오드볼, 이탈리안 푸드까지 김치 활용도를 넓히면서 울트라 수퍼푸드인 김치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치과의사 단체에서도 김치와 건강 관계를 강의하며 의사들에게 각자 집에서 김치를 즐기는 법을 지도했다. 입소문을 탄 그녀의 김치 강좌는 초만원을 이루고 있어, 제자는 “애들 키울 시간이 없다”며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만큼 제자의 강좌는 김치만들기와 한국음식 먹기, 한국문화 즐기기 등의 콘셉트로 유학시절 한국에서 배웠던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종주국인 한국이 잃어가는 맛을 정작 일본인이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고, 돌출 아이디어로 김치를 서양음식에 접목시켜서 김치의 활용성을 보다 다양하고 폭넓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몇 년 전에 필자에게 맛보였던 부추김치가 아니라, 이번에는 “한국을 오가며 연구한 발효시킨 배추김치를 보내줄 테니 맛 좀 봐달라”고 한다. 조금은 비판적 냉철함으로 성장한 내 제자의 실력을 심사하는 즐거움, 틀림없이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어떤 느낌일지 이해해 주시리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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