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재개발 재검토 의사…상인 반응 ‘시큰둥’
청계천 상인중심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출범
청계천연대 중구청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두행진 펼쳐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산업용재소상공인들이 50여일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역상인들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서 “청계천·을지로 재개발사업을 재검토해 노포(老鋪)들이 보존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안을 준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청계천 공구 상가인들의 이야기는 시큰둥했다. 강문원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말로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상인들이 믿을 수 있도록 문서화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부분들이 명확히 되기 위해서 현재의 투쟁을 멈출 의사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계천 상인들을 중심으로 청계천 일대의 더 이상의 재개발을 막기 위해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이하 백년가게준비위)를 지난 17일 출범시켰다.

지난 17일 청계천 공구상인들을 중심으로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을 출범시켰다. 송치영 준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지난 17일 청계천 공구상인들을 중심으로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을 출범시켰다. 송치영 준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송치영 백년가게 준비위원장은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가게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들의 면모를 보면 프랑스를 비롯해 일본, 독일, 이태리, 영국, 스페인, 동유럽국가 등 문화강국들”이라며 “우리나라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가게들이 있으나, 겨우 명백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분별한 근대화와 산업화, 이로 인한 압축성장과 도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게들은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송치영 준비위원장은 “더욱이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은 전체 시장을 잠식하고 전통의 향기와 멋 그리고 맛이 존재하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개탄했다.

송 준비위원장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마음 편하게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게 됐다”며 “소상공인연합회와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보존연대 등은 청계천일대의 재개발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송 준비위원장은 “현재 위기에 놓여 있는, 백년을 지향하는 장수 가게들에 대해서 정부의 기존지원책과는 다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선별적 지원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23일에는

민주평화당과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3일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송치영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민주평화당과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3일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송치영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정책협약서에는 ‘지속적인 경제 불황과 상가 임대료 및 인건비 인상 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7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밝히고,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함께 상생하며 살 수 있는 포용적인 법과 제도를 위한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메이커스와 예술인,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청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펼치며 재개발 반대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진형 기자]
메이커스와 예술인,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청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펼치며 재개발 반대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진형 기자]

이보다 앞선 지난 17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이하 청계천연대)는 지난 8일 제1차 성명서 발표에 이어 이날 제2차 성명서를 서울 중구청 앞에서 발표하고 서울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먼저 청계천연대 박은선 활동가는 “세운상가 옆 입정동 일대와 그곳에서 일하는 공구상인 및 장인들은 세운상가 메이커들의 고향이자 길 위의 스승”이라며 “서울시가 고향을 없애고 스승을 내쫓으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보존하고 ‘중구청&거버넌스 중구문화르네상스’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은 예술을 이용한 기만적인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박 활동가는 “청계천과 을지로를 보존하면 4차산업이 있는 도시, 역사 문화 예술이 있는 도시, 도시권을 존중하는 도시로 전환 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는 재개발 구역 해제하고 상생을 기반으로 한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활동가는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장소를 헐값에 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다시세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벌였지만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다른 지역들은 전면 재개발을 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의 도시재생 가치를 믿고 참여한 메이커, 예술가들은 ‘주변 청계천 공구상가 및 장인들의 철공소가 재개발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극에 가깝다”고 분노했다.

청계천, 을지로에서 생계를 위해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도, 창작활동을 위해 활동하는 예술인들도 청계천 일대의 재개발에 대해 반대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박진형 기자]
청계천, 을지로에서 생계를 위해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도, 창작활동을 위해 활동하는 예술인들도 청계천 일대의 재개발에 대해 반대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박진형 기자]

현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구역 400여명의 상인들 중 10% 이상이 옮길 곳을 못 찾아 폐업을 선택했다. 갑자기 쫓겨난 상인들로 주변 월세가 오르고 권리금이 4000~6000만원이 생겨났다.

박은선 활동가는 “예술가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아 재개발로 인해 이들의 작업실들도 내쫓길 위기에 있다”며 “창작공간을 임시 대여해 주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재개발 지역 구역지정을 중단하고 건물주, 세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계천연대는 “관리처분인가 과정에서 시행사와 중구청이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국가 차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시위의 반대편에서는 재개발 지역의 토지주들이 사유재산권 등을 주장하며 재개발을 찬성하는 시위를 했다. [박진형 기자]
재개발을 반대하는 시위의 반대편에서는 재개발 지역의 토지주들이 사유재산권 등을 주장하며 재개발을 찬성하는 시위를 했다. [박진형 기자]

서울시가 작년 10월 시내 주거 비율을 50%에서 90%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는데, 그 특혜의 첫 수혜자가 ‘세운3구역’이라는 것이 청계천연대의 주장이다. 발표 2주 뒤인 10월 26일 ‘세운3구역 3-1,4,5 구역’의 관리처분인가가 승인됐다. 이 때문에 시행사는 앉아서 큰 돈을 벌수 있게 된 것이다. <본지 제30호 2면 게재>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