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맥의 본때를 보여주는 '을지OB베어'
쌈밥정식과 숯내 품은 고기 '만석장'

백년가게로 선정된 가게 중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전설로 불리는 ‘을지OB베어’
백년가게로 선정된 가게 중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전설로 불리는 ‘을지OB베어’

[중소기업투데이 김우정 기자] 동네 곳곳에는 수십년째 명맥을 이어가는 가게들이 있다. 정부가 이런 곳을 '백년가게'라고 부르고 육성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선정했다. 선정되면 보증료율을 감면해주고 정책자금을 우대해주는 혜택이 있다. 프랜차이즈를 할 경우엔 경영컨설팅도 해준다. 올 한해 81곳이 백년가게로 선정됐으며 이중 음식점은 59개다.

이 백년가게들 중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전설로 불리는 '을지OB베어'와 삼밥정식으로 유명한 '만석장' 두 곳을 방문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37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을지OB베어때문에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20곳 가까운 노맥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은 낮엔 공구와 건자재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을지로 뒷골목이다. “80년대 당시엔 인근에 인쇄골목이 있었는데, 납기를 맞추기 위해 24시간 인쇄공장이 운영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밤샘근무 후 교대시간에 이곳을 찾아 노가리에 맥주를 한잔하고 귀가하는 공장 인력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6평 남짓한 공간의 가게 내부의 모습
6평 남짓한 공간의 가게 내부의 모습

가게에 들어서자 6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만 몸을 돌려도 옆사람 뒷사람과 부딪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왠지 사람 냄새나는 가게였다.

을지OB베어에서는 연탄불에 잘 구워낸 노가리를 단돈 1000원에 맛볼 수 있다. 1980년 당시 노가리 한마리 가격은 100원, 2000년부터 지금까지 노가리 가격을 1000원으로 동결한 것이다. 을지OB베어는 1년에 한번 노가리를 대량으로 구입해 창고에 보관해서 쓰기에, 값싸고 좋은 품질의 노가리를 제공해올 수 있었다. 창업주 강효근 사장은 고향에서 김장에 넣어 먹던 동태 맛을 잊지 못했고 맥줏집을 개업하면서 명태 새끼인 노가리를 안주 메뉴로 앉히게 됐다.

이 엄선한 노가리를 세월이 묻어나는 연탄 바닥에 노릇하게 구운 후, 특제 고추장 소스와 함께 손님에게 내놓는다. 그러나 정작 맛의 비밀은 이 특제 소소의 독특한 맛에 있었다. 톡톡쏘고 알싸한 맛의 이 소스가 지금의 노가리 골목을 만든 장본인이며 그 맛은 실로 시원한 맥주 한잔이 당기는 만드는 맛이었다.

을지OB베어에서는 연탄불에 잘 구워낸 노가리를 단돈 1,000원에 맛볼 수 있다.
을지OB베어에서는 연탄불에 잘 구워낸 노가리를 단돈 1,000원에 맛볼 수 있다.

맥주는 500cc 한 잔에 3500원. 그는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팔려고 가게를 차렸다. 급속냉각기를 쓰지 않고 디스펜서와 연결된 냉장고에 케그(맥주통)를 통째로 넣어 온도를 관리하는 '냉장숙성맥주'가 무기였다.

강 사장은 “겨울에는 4도고, 여름에는 2도, 여기에 모자라지도 넘어서도 맛이 없어요. 맥주 맛이 그게 그거 같아도 다 다른 이유예요. 맥주를 관리하는 원칙만은 38년 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어요” 라며 “오래된 집이라고 꼭 맛있는집은 아니예요. 생맥주 보관에서부터 디스펜서 관리까지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생맥주의 맛을 살릴 수 있죠”라고 말했다.

4000원인 소세지 맛도 평을 안 할 수 없는 경지였다. 한입 베어물면 국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육즙에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소세지도 육즙을 따라갈 수 없을듯했다. 짭쪼롬한 맛도 맥주안주로 적격이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또 다른 백년가게인 ‘만석장’이다. 쌈밥전문점 만석장은 본점과 직영 분점을 아홉 곳이나 두고 있다. 이중 찾아간 종로 직영점은 다양한 쌈밥정식과 황토가마로 초벌구이 한 고기 맛을 시그니처 메뉴로 하고 있었다.

백년가게 만석장의 쌈밥정식
백년가게 만석장의 쌈밥정식

쌈밥정식은 쭈꾸미쌈밥정식, 두부쌈밥정식, 삼겹쌈밥정식, 목살쌈밥정식, 오리쌈밥정식, 제육쌈밥정식, 오징어쌈밥정식 등 8가지 종류로 다양했다. 이 중 쭈꾸미정식을 선택하니 쌈 채소, 고사리볶음·콩나물무침·무생채·시금치무침 등의 산채 나물들, 계란찜, 된장찌개로 구성된 푸짐한 한 상이 나왔다. 새빨간 쭈꾸미의 맛은 매콤하니, 직화맛이 제대로 났다. 쌈은 상추, 케일, 쑥갓, 양배추, 배추 등 14~16가지의 채소를 무한리필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만석장에서는 특허를보유 중인 황토가마에서 고기를 초벌한다.
만석장에서는 특허를보유 중인 황토가마에서 고기를 초벌한다.

쌈밥 뿐 아니라 이곳의 고기는 남다르다. 무려 4개의 특허를 보유 중인 황토가마로 초벌구이 해 제공되는데, 이 작업을 통해 육즙을 보존하여 풍미를 높이고 고기 맛이 배가 되기 때문. 또 가마에는 숯이 들어가 있어서 황토와 숯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 풍부한 풍미를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지 제29호 10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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