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 ‘제조산업문화특구’ 지정 촉구
세운메이커 중심, 자생적·유기적 생태구조 파괴 ‘우려’
서울시 재개발은 반역사적·반경제적·반문화적 행위 ‘규정’

청계천 일대의 상인들과 장인들, 메이커, 예술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효봉빌딩 앞에 모여 현재의 청계천 일대의 재개발을 멈추고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계천 일대의 상인들과 장인들, 메이커, 예술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효봉빌딩 앞에 모여 현재의 청계천 일대의 재개발을 멈추고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소상공인 지원약속을,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 약속을 이행하고 청계천과 을지로일대를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전환하라!”

청계천 일대의 상인들과 장인들, 메이커, 예술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이하 청계천연대)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청계천 관수교 사거리 효봉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히고 청계천과 을지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서울의 대표적 ‘메이커 스페이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다시세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세운상가를 제외한 청계천·을지로 주변을 전면 재개발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운6구역의 일부가 전면 철거 되거나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세운3-1, 4,5구역(입정동)의 일부가 철거되기 시작해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서울시는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계천연대는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은 원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5만 명이상의 일자리이자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시장과 제조업 거리를 ‘주상복합 아파트’건물로 허가해 준다는 사실은 반역사적이며, 비경제적이고, 반문화적이다”고 꼬집었다.

청계천연대는 아울러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서울시의 재개발을 지금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제대로된 도새재생으로의 전환을 위한 이 지역을 ‘청계천·을지로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기 찼을 공구상가거리는 현재는 입주민들이 떠나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활기 찼던 공구상가거리는 현재는 입주민들이 떠나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박진형 기자]

현재 세운상가 옆 입정동 일대는 세운3구역으로 3-1, 3-4,5 구역은 지난해 10월 26일 관리처분인가가 나서 전면 철거에 돌입해 몇 가게를 제외한 400여 개의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청계천연대는 이에 대해 “한 가게에서 길게는 60년에서 짧게는 10년 장사해온 400여 명의 상인들은 1~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체 공장 부지나 가게를 찾아야 했다”면서 “이중 10%이상은 폐업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심각한 노동권 침해이다”고 규정했다. 이어 “시행사는 동절기 철거를 금지한 서울시 조례 또한 어기고 11~12월에 지속적 예비 철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시행사는 현재 세입자들에게 2억원에서 5억원까지 손해배상 소송까지 걸고 월세를 2배 올리는 등 자리를 비울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세입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예비철거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이 100% 떠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2일 현장에서는 일부지역에 대한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박진형 기자]
지역 상인들이 100% 떠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2일 현장에서는 일부지역에 대한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박진형 기자]

청계천연대는 “이러한 예비철거로 아직 문을 열고 있는 업장의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엄연히 국제법인 ‘UN의 개발로 인한 퇴거와 이주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을 어기는 것”이라며 “서울시 조례를 위반하는 행위이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3조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시행사의 협박에 승복한 한 상인은 “30~40년 일해 온 고향과 같은 곳에서 떠나게 됐다”며 “도시재생이 우리 공구상가들, 제조 장인들과 함께 지역을 살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전면 철거였다”며 허망해했다.

상인들에게는 대체 부지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한 두 달 만에 400여개의 사업장이 퇴거를 당하면서 주변에서 빈 점포를 찾다 보니 인근지역은 4000~6000만원 가량의 권리금까지 생겨 버렸다. 월세도 급격히 올라 결국 파주나 천안까지 이주하는 경우도 있고, 업종을 바꾸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청계천 연대는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보면, 결국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더욱이 세운3구역의 토지 소유자들은 대부분 연로한 분들로 아파트 개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 동의서에 지장을 찍으라는 강압에 못 이겨 동의해 일부 구역에서는 시행사 무효화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7일에는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송석준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해 공구상인들에게 힘을 보탰다. [박진형 기자]
지난 1월 7일에는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송석준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해 공구상인들에게 힘을 보탰다. [박진형 기자]

청계천·을지로 세운상가에 입주한 대다수의 메어커들은 지역 내 경제적 가치를 무궁무진한데, 이를 깨트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이러한 생태구조를 활용하고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적 방향을 믿고 세운상가에 들어온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 놓이다 보니 어렵다는 의견이다.

세운상가에 입주한 한 메이커는 “이미 단골 제조 직인 가게 여러 곳이 사라졌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제품을 생산할지 너무 막막하다. 경제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이 시스템을 파괴하는 서울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성토했다.

다른 기술전문가는 “청계천의 장인들은 수십년간 고객들의 전화나 간단한 그림만으로도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서 메이커 운동에 최적화 된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메이커는 “청계천-을지로는 4차산업의 장소적 기반”이라며 “청계천, 을지로에서는 무엇이든 빠르게 구매가능하고 소규모 다품종을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청계천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메이커운동 활성화로 혁신창업 촉진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조 산업단지를 전면 철거하는 행위는 국가 정책에도 위반 된다”며 “세운상가에 입주한 메이커들이나, 예술가들은 ‘청계천-을지로-세운상가’의 유기적 산업 생태계에서 4차산업을 꿈꾸며 입주한 것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청계천연대는 “서울시가 2007년 서울의 역사이자 자랑인 피맛골을 전면 철거하고, 발견된 유물도 엉터리로 방치했던 과거가 있다”면서 “지어진 새 건물은 서울의 역사성을 대변하지도 않으며 특색도 없고 공실이 가득하다”하다고 꼬집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종로의 공실률은 21%가 넘는다.

이어 “재개발이 이대로 진행 된다면 서울의 명소이자 60년 넘은 냉면집 을지면옥과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가리골목, 동원집, 원조 녹두전집 등 유명한 음식점도 강제 철거를 당할 것이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계천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은 전면 재개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재개발 해제지역, 폐공장 부지, 철도역사, 전통시장, 노후 저층 주거지 등을 ‘지역 맞춤형’으로 되살리는 정비사업”이라며 “기존 모습을 유지한 상태에서 도로, 공원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끝으로 “메이커, 예술가, 연구자들은 서울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구도심의 올바른 방향의 재생을 위해서라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지 제29호 1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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