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셀프연임’ 등의 제도 개선은 계속
금융공기업 인사 본격화, 관치 시비는 남아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2월말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지난해 ‘장하성라인’, ‘부금회’ 등으로 금융권 인사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제기됐던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관치금융' 경계령을 내린 만큼 청와대의 금융권 인사 비개입주의 기조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권 뿐만 아니라 전 정권에서 선임된 일선 공기업 기관장 인사, KT·포스코 등 소위 '민영화된 공기업' 회장 인사 역시 단기간 일괄 교체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 등 금융권 인사와 관련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조"라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금융위원회, 금감원에서 얘기할 수 있을 진 몰라도, 청와대는 누가 (회장)후보 대상인지도에도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융뿐만 아니라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서도 "시스템과 제도로 하겠다는 것이 신정부의 방향으로. 과거와는 다르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금융공기업 외에 일선 공기업 기관장에 대해 과거 정권과 달리 무리한 사퇴 압박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인사개입 금지’ 지시는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의미이지, 금융권에 대한 정부당국의 제도적 차원의 관리감독을 방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신정부는 출범과 함께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해 강한 개혁의지를 보였으며 금년 초에도 김용범 금감위 수석부위원장이 다시한번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금융기관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 신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정책방향이 일선 금융기관에서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일정부분 개입이 불가피하다.

문대통령의 관치경계령 속에서 금융공기업 인사가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장에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사장이 취임한 것에 이어 1월19일 한국조폐공사사장에 조용만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이정환 사장은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를 거쳐 참여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대선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경책 자문과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러한 이력으로 ‘낙하산’, ‘관피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개월 가까이 공석이던 한국조폐공사사장에 임명된 조용만 사장은 기재부 기조실장과 재정관리국장 등을 역임한 재정전문가다.

조 사장은 정통관료 출신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은성수 전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되면서 사장 자리가 공석인 한국투자공사도 새 인물 찾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1월5일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2월 14일 사장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김성진 전 조달청장은 참여정부 당시 조달청장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을 맡았다.

또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대선 당시 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곽범국 현 사장이 오는 5월로 임기를 마치는 예금보험공사도 사장교체가 예상된다. 곽 사장이 참여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새누리당 전문위원 경력과 박근혜 정부 시절 예보 사장직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교체가 유력하다.

금융공기업은 아니지만 공적인 성격의 한국증권금융의 후임 사장도 관심사다. 정지원 전 사장이 지난 작년 11월 한국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3달째 공석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아직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어, 경영공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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