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정면대결 속에 3연임 가속화
‘부실대출’, ‘채용비리’ 등으로 성공여부는 불확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문 대통령의 ‘금융권 인사개입 금지’ 지시와 관련 가장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이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문제다. 현재 금융당국은 ‘셀프연임’, ‘승계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 ‘CEO리스크’ 등의 문제를 들어 3연임에 나선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하나금융 측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CEO리스크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과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영진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개입 금지’ 지시 이후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15일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영승계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황제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채용비리를 대표적인 금융권 적폐로 지목하면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와 계열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과정 등 금융감독원의 실태 점검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 후보 선정기준 공개, 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의 개입 방지 등 경영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신관치’, ‘반대세력의 음해’라고 정면으로 치받고 있다. 김 회장은 기자들에게 “김승유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임원들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자신을 흔들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전직 하나금융 출신으로 김승유 전 행장과 가깝다는 사실도 하나의 근거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내가 (하나금융 하나만을 문제 삼을 정도로)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라고 반문했다. 금감원의 회장선임 연기 요청에도 하나금융 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히려 투명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회장선임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하나금융 사태는 민간금융의 私금융화(셀프연임)을 막으려는 금융당국과 이에 반발하는 민간금융사가 정면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당국의 요구를 민간금융사가 정면으로 치받는 것은 과거 정권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회장이 3연임을 강행하는 배경에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이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반대 분위기에서도 연임을 강행해 현재까지 성공하고 있는 것에 김 회장이 힘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3연임을 하더라도 ‘채용비리’, ‘부실대출’ 등의 조사가 남아 있어, 향후 성공여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 함께 2015년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 올해 3월 3연임 도전에 나설 전망인 김용환 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그러나 하나금융이나 KB금융과는 달리 농협금융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의중도 중요하기 때문에 김 회장의 의지만으로 3연임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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