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제이팩토리 대표

 

의류샘플전문 소규모 봉제공장이자 사회적기업인 제이팩토리의 김애란 대표
의류샘플전문 소규모 봉제공장이자 사회적기업인 제이팩토리의 김애란 대표

[중소기업투데이 김우정 기자]  먼지가 폴폴 날리는 비좁은 공장 안. 2019년, 아직도 열악한 봉제공장 안에서 고단한 1970년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1970년 전태일은 스스로 몸을 불사르며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봉제공장 여성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김애란 제이팩토리 대표는 “저희 어머니가 봉제공장에서 그렇게 일하시는 걸 지켜보며, 50대 이상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한 봉제공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작년 11월에 설립된 제이팩토리는 50대 여성들만 근무하는 소규모 봉제공장 즉, '엄마'들의 작업장이다. 봉제공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삭감된 급여를 받은 경험을 가진 경력여성과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저는 10년 동안 가정주부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어머니가 봉제공장에 근무하시며 임금체불로 고생하시는 걸 지켜보게 됐습니다. 소규모 봉제공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체불은 갈수록 심해졌고, 사업주는 어머니와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일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로인해 어머니의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고, 온종일 일만해도 자식들에게 기대야 했던 현실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상실감과 허탈감을 심하게 느끼셨습니다.”

이것이 김대표가 봉제공장의 근무환경과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봉제공장 50대 이상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다람쥐 쳇바퀴 같이 살아가지 않기를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가져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물러나야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그걸 당연히 받아들이는 50대 봉제공장 여성들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봉제공장 여성들이 임금체불이 없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이팩토리’라는 의류샘플전문 소규모 봉제공장이자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류봉제업 노동자 집단의 평균 연령은 매우 높아 50~60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나이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고 하루 11시간 넘도록 등받이도 없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일하며 식사도 공장 먼지 속에서 하는 경우가 56%에 달한다. 김 대표는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10분 안에 허겁지겁 급하게 식사를 때우기 일쑤입니다. 봉제공장 근로자들은 믹스커피 한잔도 본인이 사서 먹어야하고,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도 눈치를 보며 일 만하는 환경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량을 채우기 위해 화장실을 자주 가지 못해 21% 방광염을 앓고 있는 등 봉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질병들도 문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봉제공장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를 통해 제가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봉제공장은 이러했고, 실제 많은 봉제공장이 이런 실정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제이팩토리는 근로자들이 일반 기업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를 ‘당연’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먼저 주당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엄수하고 있다. 근로자의 날과 같은 법적휴일을 지키고 타 소규모봉제공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산재인정과 4대보험 가입을 필수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자등록(법인등록)으로 운영하면서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히 하려고 했고, 무엇보다 임금체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제이팩토리에서 '카메룬 생두마대자루' 이용해 만든 파우치, 동전지갑, 토트백, 에코백, 클러치백, 힙색 등의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들
제이팩토리에서 '카메룬 생두마대자루' 이용해 만든 파우치, 동전지갑, 토트백, 에코백, 클러치백, 힙색 등의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들

봉제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컵홀더, 컵받침, 파우치, 동전지갑, 토트백, 에코백, 클러치백, 힙색 등의 다양한 업사이클링 상품이다. 그런데 제품을 만드는 재료는 다름 아닌 커피를 담아주는 ‘마대자루’였다. 김 대표는 봉제공장에서 만들 제품을 찾던 중, 생두마대자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카메룬 생두마대자루’를 알게 됐고, 이 마대자루에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농부들의 아내와 아이들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생두마대자루를 만들어 커피콩을 생마대자루에 담아 한국에 보내면, 이 마대자루의 일부는 인테리어소품으로 사용 되고 나머지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어머님들의 작업환경과 그분들의 노동이 떠오르며, 그 많은 노력과 노동력을 그냥 버려지게 놔두기보다는 여기에 기술력과 노화우를 첨가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이팩토리는 아직 소기업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제일 어려운건 자본금이다. 소규모 봉제공장이더라도 운영하는데 만만치 않은 자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직 판로개척도 쉽지는 않다.

“사실 2018년은 사업 준비 단계였고, 올해부터는 회사 판로개척과 홍보에도 힘써보려고 합니다. 또 회사 체계와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봐왔던 저 자신의 기억과 마인드부터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본지 제29호 12면 게재>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