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본부 72명 편성, 사고수습과 원인규명 총력
올해 보일러 CO중독 총 6건, 9명 사망·10명 부상
가스보일러 1444만대중, 실내 설치 35만4896대

가스보일러 CO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모습. [해당 홈페이지]
가스보일러 CO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모습. [해당 홈페이지]
배기통이 이탈한 가스보일러의 모습.
배기통이 이탈한 가스보일러의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10대 청소년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펜션 참사의 원인이 가스보일러에 의한 일산화탄소(CO)중독사고로 최종 확인되면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입시를 마친 학생들의 죽음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이번 사고의 원인과 배경에 집중되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사고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고 2일 차를 맞은 19일 현재 병원으로 옮겨 고압산소 치료중인 7명 중 일부 학생들이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 졌다. 합동수사반 역시 현장조사와 함께 문제가 된 보일러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하는 등 사고원인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본부는 강원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지방청 광역수사대 및 강릉 형사과 등 72명으로 구성됐으며, 사고 직후 대리점 사장을 비롯해 시공자, 가스공급자 등을 대상으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국과수, 가스안전공사가 참여한 현장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2층에 설치된 가스보일러(귀뚜라미 2014년 제품) 배기통 이탈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이미 허용농도 8~10배에 달하는 150~159ppm의 CO가 검출됨에 따라 사고 당시는 더 높은 농도의 CO가 실내에 체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를 비롯해 보일러 제조사 관계자는 “배기통의 이탈된 모습을 봤을 때, 보일러 가동되고 현장이 밀폐된 상태였다면 사고 장소의 CO농도는 800~1000ppm 이상까지 올라갔을 것”이라며 “피해 학생들이 묵기 전날에도 다른 손님들이 펜션을 사용한 것으로 봤을 때, 사고 당일 미상의 원인으로 배기통이 이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외부로 노출된 가스보일러 배기통의 모습.
외부로 노출된 가스보일러 배기통의 모습.

올겨울 다시 시작된 CO중독사고

강릉 펜션 참사는 올 겨울 발생한 첫 번째 가스보일러 CO중독 사고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의 사고 통계에 따르면 이미 앞서 7건의 CO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이번 사고와 동일한 가스온수기나 보일러에 의한 사고는 5건으로 이들 사고로 지금까지 6명이 죽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7년 역시 한 해 동안 발생한 CO중독 사고는 8건으로 확인됐고, 가스온수기 및 보일러에 의한 사고는 역시 5건으로 3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특성상 가스보일러 CO중독 사고는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강릉 펜션 사고처럼 여관이나 숙박업소, 다중이용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사 시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사전점검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에 앞서 실질적인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과 올 초에도 다중이용시설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3월 26일 경기도 성남 한 모텔에서 가스보일러 이상으로 인한 CO중독사고가 발생해 투숙객 중 3명이 CO에 중독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 6일 의정부에서도 모텔 한 방에 투숙한 8명의 학생 중 2명이 보일러 배기가스에 중독돼 치료를 받았다.

이들 사고 모두 가스안전공사의 조사를 통해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 됐고, 이중 성남 사고 직후에는 해당 지역의 공급자인 A도시가스사와 가스안전공사가 유사한 다중이용시설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배기통 이탈, 시설미비 등 CO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다중이용시설들을 찾아 개선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강릉 참사 역시 현재와 같은 안전관리 체계 하에서 어느정도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각 가정의 보일러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동절기 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황무선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각 가정의 보일러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동절기 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황무선 기자]

보일러 CO중독, 강릉만 문제 아니다

현행 제도상 가스보일러의 안전점검 책임은 가스공급자에게 있다.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세대는 연간 2회 이상을 점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가스공급자의 안전점검은 배기통 이탈 여부나 가연성 가스의 누출여부 등 점검에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비교적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도시가스시설의 경우는 가스보일러의 설치현황이 어느정도 관리되고 있지만, 이번처럼 LPG를 사용하는 시설의 경우는 공급자가 빈번히 교체되는 등 사업의 특성상 제대로 된 현황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릉 펜션 사고 역시 사고조사결과 문제가 된 보일러에는 시공표지판도 없었고, 시공자 역시 무자격시공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스보일러 노후나 설치 위치 역시 향후 잠재된 사고의 원인중 하나다. 현황 파악이 가능한 국내 도시가스시설을 기준으로 2016년 말 현재까지 도시가스시설에서 사용중인 가스보일러는 총 1444만 2422여대로 파악됐다.

보일러가 설치된 장소별로 보면 이번 사고 현장과 유사한 다용도실과 베란다에 설치된 제품이 895만4011대로 전체 보일러의 62%를 점유했고, 전용보일러실에 설치된 제품이 418만5347대로 29%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실외에 설치된 보일러도 58만8103대로 4.1%를 점유했다.

하지만 거실과 방, 화장실이나 목욕탕 등 생활공간 안에 제품이 설치된 곳도 무려 35만4896대로 파악됐다. 거실과 방에 설치된 제품이 28만6268대(1.98%)였고, 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설치된 제품도 6만8628대(0.48%)로 조사됐다. 이들 장소는 배기통 이탈, 보일러 결함 등으로 CO가 누출될 경우 바로 치명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이들 외 장소에 설치됐거나 설치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제품도 35만9691대(2.49%)로 확인됐다.

아울러, 권장사용기간 10년을 넘은 보일러도 무려 419만615대로 파악되는 등 현재 가스안전공사의 설치현황만 보더라도 언제든 CO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시설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설치위치별 도시가스 보일러 현황
설치위치별 도시가스 보일러 현황
도시가스보일러 연도별 설치현황
도시가스보일러 연도별 설치현황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