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의 더불어 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소기업투데이] 26명의 국회의원들이 같은 영수증으로 두 가지의 경비처리를 해서 말썽이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모금하여 지출하면 영수증을 선관위에 제출하는데, 그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도 제출하여 예산을 이중으로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도 있고, 부총리를 하는 의원겸직 장관도 있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몇 사람은 해당금액을 반납하겠다고 했으나,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관행이었다고 해명하며 당당해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정직성을 알 수 있는 사례였다. 선진 외국 같으면, 이들은 모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거짓이 일과성으로 넘어간다. 사회가 그만큼 거짓에 관대하다는 증좌다.

인간은 1주일에 평균 10번, 1년에 약 500여 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 간에 서로 추겨주는 거짓말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이런 것은 생활의 윤활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거짓말은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 그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불법을 저지른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죄악이다. 성경에서는 거짓증언을 금하고 있다. 거짓은 사회를 파괴하는 암세포라 하겠다. 공동체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동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다양하게 교육을 시키고, 법제도를 만든다. 특히 사회적 지도자들에게는 거짓을 금기시 하고 있다.

거짓말에는 적극적이지는 않으나 묵시적인 거짓말도 있는데, 정부나 공인들은 묵시적인 거짓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전쟁상황이라 하더라도 정부는 가급적 국민에게 솔직하게 진행되는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정책을 필요 이상으로 좋게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상황은 가급적 감춘다. 그리고 상황을 왜곡시켜 정부가 유리하게 선전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들은 이로 인해 판단을 흐릴 수도 있고, 실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기업도 이해관계자를 의식하여 영업실적이나 투자 상황 등을 필요이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분식회계까지도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 금융회사, 많은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사실을 편파적으로 해석하는 왜곡도 거짓말이다. 허위보도는 불법으로 제재의 대상이지만, 왜곡보도는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을 왜곡해서 나쁘게 보도하면, 국민들이 그 정책을 신뢰 하지 않게 되어 집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을 왜곡해서 좋게만 보도하면, 문제점이 곪아서 오히려 나중에 더 큰 문제로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왜곡 보도나 왜곡 홍보를 하는 사람들은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사실과 정론 보도가 생명이다.

이익집단의 아전인수식 주장도 거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주장은 얼른 보면 그럴 듯하지만, 결코 진실이 아니다. 같은 일을 해도 사람마다 성과가 다 다르다. 똑 같은 일을 똑 같은 시간 해도, 사람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다. 열심히 효율적으로 일을 하면, 두 사람 몫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임금을 더 받아야 당연하다. 그런데 이익집단의 힘에 의해 편파적인 정책이 결정되면, 거짓 정책이 되어 관련되는 다른 사람과 공동체에 손해를 입힌다. 이 때 이익집단의 힘에 굴복하는 것도, 또는 불의에 굴복하는 것도 결국은 거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카돌릭은 중세에 천동설을 교리로 강제하며, 지동설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을 징벌하였다. 신념의 거짓은 더 무섭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표정으로 나타난다. 거짓은 자연의 섭리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혈압 변화나 뇌활동을 측정해서 거짓말을 밝혀내는 거짓말탐지기가 있다. 거짓은 정신의 문제이다. 거짓은 사회를 파괴한다. 어려서부터 교육되어야 한다. 거짓말을 모두가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본지 제28호 15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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