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율 차등화 필요
토요일 경부하 요율 적용…DR시장 유도방안 마련해야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체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체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범위 확대, 법인세 인상, 실업급여 확대 등으로 중소제조업체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전력수요 관리강화 중심으로 추진됨에 따라 중소제조업체의 전기료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학교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는 ‘중소제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에너지비용합리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중소제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을 제시한바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라고 하지만,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체의 대부분인 뿌리산업의 경우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은 곧 추가적인 생산비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업체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특히 매출대비 에너지 비용이 대기업에 비해 뿌리산업 전체 평균이 2%대로 높은 편이다. 특히 열처리(10.3%)와 주조(5.3%) 산업의 경우 에너지비용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게 현실이다.

산업용 전력수요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단기 전기요금 탄력성이 2배 가까이 더 높다. 이 때문에 보고서에서는 사회후생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요금 인상율을 차등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전력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뿌리산업의 경우 경부하 요금 인상에 따른 피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많은 경우 뿌리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하청관계에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분에 대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분담하기 보다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현행 전기요금 제도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계량기(AMI) 보급을 통해 실시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시스템 도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약전력 300㎾를 기준으로 ‘갑’과 ‘을’로 구분하고 부하량에 따라 A, B, C로 나뉜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갑’과 ‘을’로 구분하기 보다는 1000㎾를 기준으로 1~999㎾구간은 중소기업으로, 1000㎾이상은 대기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의견을 내놨다.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은 계약용량이 커질수록 판매단가가 감소하는데 이는 송배전 비용이 낮아지기는 하나 전력수요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다.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에 중소제조업 29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평균매출액 대비 전력비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금속가공제품 제조업(7.6%) ▲섬유제품 제조업(7.13%)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4.73%)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업(3.86%) ▲1차 금속제조업(3.79%)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산업분류상 금속가공제품, 1차 가공금속제품에 주로 속해있는 뿌리업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전력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열처리 10.3%, 주조 5.3% 업종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 업종을 전력다소비 중소제저업으로 지정,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부담을 완화방안으로 전력 소비가 뜸한 토요일에 현재의 중부하 요율에서 경부하 요율로 인하하는 방안을 보고서는 제시했다. 토요일 최대부하는 평일 중간부하보다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낮 시간대에도 평일과 마찬가지인 중간부하 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전력부하에 비해 높은 요금이 부과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종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6월과 11월에 대한 동하계 요율적용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기요금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관리 강화하고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고자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여름(6~8월)과 겨울(11~익년 2월)은 높은 요금을 적용하고 상대적으로 전력소비가 적은 봄·가을(3~5월, 9~10월)에는 낮은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6월과 11월 전력수요가 봄·가을철과 비슷한 수준이고, 국내 전력수급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율이 높은 여름·겨울철 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중소 제조업체에게는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해결방안으로는 지능형 전력망 도입과 실시간 요금제의 결합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보고서는 전력다소비 중소제조업체의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부하 전력수요 경감시 전기요금을 할인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정책이 전력도매시장에서 운영 중인 ‘수요반응시장(DR시장)’이다. 이는 전력시장 내 사업자로 수요관리사업자를 포함해, 전려수요 감축자원으로 에너지시장, 용량시장, AS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중소제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 설문조사’(중기중앙회 7월)에 결과 91%의 기업들이 DR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이유로는 35.5%가 DR시장에 대해 모르거나 37%가 업종 특성상 DR시장 참여가 어렵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DR시장 참여확대를 위한 홍보와 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보고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에너지 고효율화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강화해 고효율 기기 도입, 스마트계량기 사용, 태왕광과 ESS 복합시스템 등 다양한 설비투자를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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