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의 더불어 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소기업투데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돌보는 목사의 얘기를 들었다. 가난 속에서도 한 아파트에 20여명이 함께 살며 고생하고 있다.

어느 날 이런 모습에 감동받은 어떤 독지가가 많은 돈을 헌금했다. 목사는 먼저 그동안 배고픔에 시달렸던 아이들을 실컷 먹이려고 라면을 방 가득이 사놓고,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이고, 다음 날은 치킨과 피자, 다음날은 돼지갈비를 사 먹였다. 그리고 유명한 놀이동산에 데리고 가서 하루 종일 놀 수 있게끔 했다. 돈은 힘을 발휘했다. 그들은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다가 얼마 가지 않아 그 목사는 깨달았다. 돈이 풍성해지자 돈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시간만큼 교회에 머무르지 못했고, 기도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절실함도 줄어들었다. 그동안 애쓰며 지키려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뚜렷하게 보았다.

그는 즉시 은행에 가서 남은 돈을 모두 찾아서 그 독지가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 독지가도 그 돈을 다시 받지 않겠다고 해서 긴 줄다리기를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돈은 선물로도 사용되고, 뇌물로도 사용된다. 돈을 뇌물로 받은 사람은 불법적인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그러나 뇌물을 받으면 화를 내고 돌려보내는 사람도 있다. 돈은 좋지만 불법적인 돈은 안 된다는 가치관 때문이다.

사례의 목사는 불법적인 돈도 아니지만, 돈 때문에 신앙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헌금을 한 독지가도 돈이 귀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낌없이 그 많은 돈을 가치 있는 일을 위해 헌금 하고, 또 돌려주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 이들의 아름다운 가치관 때문이다.

가치관은 무엇이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례의 목사와 함께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얘기다. 그는 반장을 하고 일류 대학을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신학대학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단을 한 후 입학시험에서 가점을 주는 반장도 다른 학생에게 양보하고, 수능시험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럴 때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가치관이 달라지면 사람이 달라진다. 가치관에 따라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가치관은 가정, 학교, 사회 등에서 교육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형성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가치관을 더욱 잘 이해하려면, 성장환경이나 교육과정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에도 국가마다 독특한 가치관이 있다. 나라마다 삶에 대한 생각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어떤 일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나라마다 행복도가 다르고, 돈과 부를 추구하는 열성이 다르다. 이런 가치관들은 결국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다. 크고 작은 집단도 그 집단에 형성된 독특한 가치관이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특성이 되고, 이 특성적 가치관은 다시 그 구성원들을 특성 있게 묶어 주는 중심이 된다.

최근 세상이 다원화 되면서 사상도 폭넓게 다원화 되고 있다. 우리 현실도 좌와 우로 갈라진 이념으로 뜨겁다. 이것도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가치관은 사회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원자화 되고 파편화 되는 특수한 가치관과 달리 좀 더 차원 높은 보편적 가치관이 존재한다.

전체 국가에 또는 모든 인류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관이 있다. 생명, 자유, 평등, 평화, 인륜, 천륜 등에 관한 보편적 가치관이 있다. 국가교육은 가치관의 극단적 분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더욱 도덕적이고, 보편적이고,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가치관의 확립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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