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0일 기준금리 1.75% 인상
中企·자영업, 고금리 비은행대출 137조 사상 최고
185곳 사채시장·채무상환 부담

 

[중소기업투데이 김우정 기자]  결국 기준금리가 올랐다. ‘이자폭탄’이 불가피해지며 안그래도 어려운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0.25%포인트 오른 1.75%로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1년만에 인상이 이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번 금통위 때 금리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는 0.75%p에서 0.50%p로 좁혀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면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말했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융안정화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 등도 인상 배경이 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금리와 수신금리가 따라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금리 상승도 시간문제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오른 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3.67%에서 같은 해 12월 3.92%로 올랐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으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자금조달 창구로 금융권 대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올라갈때, 중소기업이 폐업할 위험도는 7.0∼10.6% 정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소기업대출에는 자영업자가 빌린 돈도 포함된다.

中企·자영업자, 고금리 빚에 빚을 더하다

최근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금리가 높은 비은행에서의 중소기업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137조 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이며 1년 전 102조 1068억 원과 비교하면 34.5% 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상호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26조5850억원에서 올 8월 말 32조3924억원으로 5조8074억원 증가, 상호금융은 48조1874억원에서 62조8665억원으로 1년사이 14조6791억원 늘었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는 8조459억원, 새마을금고도 5조3506억원 급증했다.

비은행대출 중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9.3%를 차지한다. 비은행에서 발생한 대출 10건 중 9건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 셈이다. 이처럼 비은행권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

그나마 은행 등 제도권 금융 대출창구에서 거부를 당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사채시장으로까지 발길을 돌린다. 최근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8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4640곳 가운데 사채시장에 손을 벌린 기업이 185곳을 상회한. 이들의 평균 사채 금리는 13.29%다. 이같은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앞으로 금리인상까지 더해져, 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당장 중소기업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빚더미를 감수하고 금리가 비싼 비은행권에 의지하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도 사상 최대로 오르는데 금리마저 오르면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수 있다”면서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강화한 상황에 금리까지 올라 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게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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