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경쟁 준비할 3년 시간 여유를 달라”
유진그룹 “일부 품목에 불과, DIY 신사업분야”
중기부, 상생위해 품목·입점지역 등 조정 시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유진그룹,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등 이해관계자과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진기업 산업용재 시장진출 관련 상생간담회’를 갖고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다. [박진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유진그룹,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등 이해관계자과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진기업 산업용재 시장진출 관련 상생간담회’를 갖고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다. [박진형]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시흥상가 산업용재 소상공인들과 유진그룹이 다시금 테이블에 앉았다. 6차례에 걸친 자율조정 이후 처음이다. 이날도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한 반면, 유진그룹은 ‘DIY의 신사업분야’라며 서로 간의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이러한 갈등에 관련 부처인 중기부에서 품목, 신규 입점 판매지역 등 조정 필요성을 시사해 있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산업용재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 경기광명을)은 지난 16일 국회회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유진그룹, 시흥유통진흥사협업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진기업 산업용재 시장진출 관련 상생간담회’를 가졌다.

먼저 송치영 시흥유통사업진흥협동조합 유진기업 공구·철물 소매업 진출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에서 유진그룹 측에 3년 권고안을 내렸을 때 기뻤지만 이를 무시하고 유진그룹이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을 보고 참담했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유진그룹이 계열사인 이에치씨를 통해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시흥상가를 직접 가보면 임대가 잘 되던 모퉁이 자리 매장도 많이 비어있고, 식당도 점점 줄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시흥상가와 가까운 금천점 하나에도 이렇게 몸삼을 앓고 있는데, 자율조정 때 유진이 밝힌 바와 같이 100개 매장을 열게 된다면 산업용재 소상공인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병우 유진기업 관리지원본부 상무는 “에이스홈센터를 100개까지 오픈한다고 공식으로 밝힌 바는 없고, 현재 상황에서는 15~20개 정도 오픈할 계획”이며 “이후 확대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준비한 사업으로 미국, 유럽처럼 ‘Home DIY’에 포커스를 맞춘 신사업으로 지금이 출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안 좋은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유진’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무는 “그래도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산업용재 시장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상생방안을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윤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자문위원은 “자율조정이 실패한 것은 같은 소비자에 같은 물건을 판매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시흥상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공구류를 유진그룹이 팔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자문위원은 “예를 들어 4인치 그라인더 제품을 소매상 매입가가 부가세 포함 4만9000원인데, 이를 금천점에서는 소비자에게 4만9000원에 팔고 있다”며 “800원 가량 손실을 보면서까지 시흥상가를 이용했던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이에이치씨의 조일구 전무는 “금천점과 시흥상가가 물품이 겹친다고 하는데, 우리 매출에서 공구 매출은 1억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언주 국회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중소벤처기업부, 유진그룹,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형]
이언주 국회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중소벤처기업부, 유진그룹,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형]

최우철 시흥유통사업진흥협동조합 이사장은 “유진이 본안소송을 하면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이사장은 “금천점에서 지난 2개월간 A사의 콤퓨레샤를 부가세 포함 10만5000원에 판매했는데, 이는 우리로서는 매입을 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본안소송 이후 14만원 가량에 올려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법원에 밝힌 매출액을 맞추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최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중기부가 권고한 3년이 우리 소상공인이 유진과 경쟁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유진의 시장진출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경쟁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먼저 산업용재 소상공인들이 힘든 이유로 “이들이 일궈놓은 산업용재시장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가운데, 대형 마켓슈어인 유진이 급히 진입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의원은 “유진의 산업용재 진출에 대해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업의 시장개척이라는 측면에서 탓만을 할 수는 없다”며 “유진이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보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고려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과 관심을 갖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분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예를 들어 ‘공동판매매장’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호현 중기부 정책관은 “중기부가 그간 600여건의 조정신청 중 권고를 내린 것은 18건에 불과한데, 유진그룹에서 본안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며 “앞으로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품목, 신규 매장 판매지역 조정과 시장활성화 방안 등 상생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이날 “유진그룹이 산업용재시장 진출을 하면서 산업용재 소상공인들과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정부의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유진그룹의 행정심판, 기습오픈 등을 보면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매장 앞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 회장은 “다만 올바른 소통을 통해 산업용재 시장 확대, 나아가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parkjh@sbiztoday.kr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