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서 오늘부터 전시
김규진, 1905년 황룡포 입은 고종황제 경운궁서 촬영
고종이 美 해리먼에게 선물, 미국 뉴어크박물관 소장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이 국내에 첫 공개된다.

한국 근대 서화가이자 사진가인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이 촬영한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대한제국 시대의 궁중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15일부터 덕수궁관에서 여는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다.

사진 속 고종은 익선관(翼善冠)에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포(黃龍布)를 입고, 일본식 자수병풍을 배경으로 앉은 모습이다. 흑백 사진 위에 옅게 채색한 것으로, 황룡포, 병풍, 화자, 카펫 위에 붓질했다. 덕수궁 중명전 1층 복도에서 1905년에 촬영됐다. 촬영 연도는 사진의 오른쪽 위의 ‘대한황제진 광무9년 재경운궁(大韓皇帝眞 光武九年 在慶運宮)’이란 묵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는 을미사변(1894)으로 명성황후까지 잃고 강대국 일본에 주권도 빼앗겨 큰 번민과 고통 속에 빠져있던 때다. 얼굴 표정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만 하다.

이 사진은 미국의 철도·선박 재벌 에드워드 해리먼(1848∼1909)이 1905년 10월 초 대한제국을 방문했다가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았다. 해리먼 사후 1934년 미국 뉴어크박물관에 기증됐다.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조사로 박물관에서 잠자던 이 사진의 존재가 알려졌다. 1884년 지운영(1852∼1935)이 고종황제를 처음 사진 촬영한 후 두 번째로 한국인이 찍은 어사진(御寫眞)이다.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은 우리 민족 최초의 근대 국가였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는 고사하고 눈길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대한제국 시기(1897-1910)의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다.  미술, 사진, 공예, 회화를 주제로 대한제국 시기 미술품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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