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희정의 들꽃향기

중소기업투데이 김희정 위원
중소기업투데이 김희정 위원

지난 3일 오사카 이꾸노 구민센타에서 올해로 5번째 효도잔치 및 가라오케 대회가 참석했습니다. 대한노인회 오사카지부와 관서한국인연합회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이태 대한노인회 오사카 지회장을 비롯해 진흥배 관서 한인회장 등 약 400여명이 참석해 훈훈한 동포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효도잔치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울산의 백로 예술단이 참가하고 부산에서 온 유진 치과 김유진 원장 및 관계자들이 동포들을 위한 치아 무료 상담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효도잔치 행사를 치루며 기자는 문득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가나자와 김씨 할머니가 떠올라서 한참동안이나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느라 애를 써야 했습니다. 그 당시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지었던 시를 여기에 옮겨 봅니다.


 

 

 상처

                                                                                 김희정

밀리고 짓눌리고 상처투성이로 작은 바구니에 담겨 뒷전에 앉아 있던

불량품 사과 몇 알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한때는 탐스러웠을 물기를 사각 베어 물었다

제 속살 다 보여주며 아프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사과의 과육질은 달았다

밀리고 짓눌리고 상처투성이로 남아 있는 순한 것들의 맛은 달고 부드럽고 착했다

나는 아픈 사과를 베어 먹다가 문득

많이 아파하시다가 한 달 전에 돌아가신 가나자와 김씨 할머니를 떠올렸다

스물네 살에 과부되어

큰아들은 북쪽에 두고 작은 아들은 남쪽에 두고 딸 하나는 북해도에 두고

곪아 터져 버릴 것 같은 상처를 안고서도 늘 쪼글쪼글 곱게 웃으시며

이카이노 조선시장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김치를 담가 파시던 할머니

언젠가는 하나 된 조국에서

가족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 살 수 있을 거란 꿈을

평생소원처럼 가슴에 안고 살아오신 쪼글쪼글한 주름이 참 예쁘시던 할머니

사과보다 더 하얗고 더 빨갛고 더 아픈 빛깔만을 이 땅에 남겨놓으시고

그리운 자식들 한곳에서 바라보고 싶어 그렇게 서둘러 하늘나라로 가셨나

이제는 그곳에서 몸도 마음도 아프신 곳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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