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생보협회 등 금융권 민간인 출신 전성
관치 대신 ‘부금회’ 등장, “아직 실체 없다”는 평가도

왼쪽부터 김영규 IBK기업은행 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왼쪽부터 김영규 IBK기업은행 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최근 민간금융권 수장에 민간인 출신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생보협회도 지난달 3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을 34대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가장 먼저 수장 교체에 나선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10월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은행연합회장과 생보협회장 자리도 이른바 '올드보이'로 불리는 퇴직관료 출신 인사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금융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들이 협회장에 낙점된 것이다. 이에 대해 ‘관료출신’의 복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과 협회에서도 관료출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용덕 손보협회장 추천 후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연합회에 ‘관료출신 배제’를 직접 요구했다는 설도 있다. 최 위원장은 11월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금융협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인사가 반복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선출된 뒤 ‘올드보이’ 논란과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지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11월27일 차기회장 선출을 위한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는 ‘올드보이’로 불리는 인물들을 모두 배제한 채 김태영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민간 출신만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생명보험협회도 지난 10월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이후 비슷한 ‘급’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를 물색했으나, 11월27일 은행연합회장 결과를 확인하고 후보군에서 ‘올드보이’들을 제외했으며, 이어 29일 최 위원장 발언 이후에는 민간인 후보 중에서도 대기업 출신을 배제하고 신 내정자를 단독후보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출신 CEO' 등용 바람이 다른 금융기관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월30일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을 임기 3년의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예보 측 이사가 임추위에 들어가지 않기로 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잠잠해졌다. 또 11월 29일 IBK투자증권은 김영규 전 IBK기업은행 IB그룹 부행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IBK투자증권 대표에 IBK기업은행 출신 임원이 선임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동안 IBK투자증권은 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지분을 83.36% 갖고 있어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 되어 왔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24일 ‘관료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수협은행이 민간 출신인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새 수장으로 맞았다. 수협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수협은행 주식 100%를 소유한 수협중앙회가 인선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다섯 달 넘게 수장 공백 상태를 지속해 왔었다. 업계에서는 내부·현장출신 CEO 영입이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민간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추세로 자리 잡을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이경섭 행장의 후임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며,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도 내년 2월 끝난다.

MB정부의 ‘4대천왕’과 박근혜 정부의 ‘서금회(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가 낙하산 인사의 상징이 됐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4대천왕으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이 서금회의 대표적인 인물들로 꼽혔다. 신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의 금융권 인사는 낙하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잠잠해진 사이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신임 은행연합회장에 오른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 대표, 부산상고 출신의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은 모두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어 ‘부금회’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부금회’에 대해 현재로서는 추측과 과장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거론되는 조직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정권의 특정 지역, 학맥에 의한 인사독식이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표시다”며 “학연과 지연을 이용한 인선은 없어져야 하지만, 단순한 추정에 의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판으로 전문성과 능력에 의한 인선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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