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사항 보기만 합시다’, 현장사진 내부 제보로 들통
LNG탱크 폭발직전까지 갔지만, 책임자 처벌은 ‘솜방망이’
사고조사만 1년, 보수 시작되면 수백억 추가비용 불가피
권칠승 의원, LNG탱크 가스누출사고 은폐의혹 전모공개

15일 산업자원중기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보받아 공개한 인천 LNG탱크의 가스누출 현장 사진. [사진제공 권칠승 의원실]
15일 산업자원중기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보받아 공개한 인천 LNG탱크의 가스누출 현장 사진. [사진제공 권칠승 의원실]

 

인천 LNG인수기지 가스누출사고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천 LNG인수기지 가스누출사고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이 사진을 보신 적 있습니까?, 이 사진은 직원들끼리만 돌려본 사진입니다. ‘민감한 사항 보기만 합시다’란 자막까지 넣어서 돌려봤네요”

얼마 전 고양 저유소 폭발사고로 여전히 관계기관의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마련에 부심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 인천 인수기지 내 LNG탱크가 넘쳐 대형폭발사고가 발생할 뻔 했던 사고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의원의 질의을 통해 그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5일 발생한 이 사고는 발생후 일주일이 지난 12일이 돼서야 산업부와 가스공사를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그리고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지역주민들의 비난과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 '하역과정에서 가스가 일부 누출된 경미한 사고였다'는 해명과 함께 묻혔다.

하지만 권칠승 의원이 이날 공개한 사고내용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당 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당시 가스공사가 공개한 피해금액 1924만원 외에도 한 해전  해당 탱크를 보수한 수리비용 86억6000만원, 1년 이상 사용 중지로 발생하는 손실비용과 연구를 위해 진행중이던 LNG탱크 테스트베드의 연장에 따른 손실비용 11억원 및 사업 참여자들 손실액 24억, 탱크수리비 96억 등 이미 2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이 감사장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대기에 방출한 가스만 28.6톤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스가 탱크 밖으로 새어 나오는 과정에서 손상된 것으로 추정되는 저장탱크 보수작업은 아직도 시작되지도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작업은 내년이 되어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권 의원은 탱크를 보수하는데도 적어도 수 십 억원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칫 전면 보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65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일라고 밝혔다. 또 1년 넘게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져 현재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지금까지 지급한 진단 비용만 해도 20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더욱이 사고발생 당시 가스공사 직원들의 근무상황은 최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폭발사고보다 더 심각했다. 현장 근무자들은 기본적으로 작성해 보관해야할 업무일지조차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액위기(레벨게이지) 이미 고장 난 상태였고, 그 상황을 근무자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5명이 근무중이었지만 사고 당시 책임자급 2명은 5시간이나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장치조차 임의로 해제된 상태였다. 만약 당시 사고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을 경우 사고탱크 옆에 있던 LNG플랜트까지도 위험할 수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라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사고가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가스공사는 사고를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을 취해야 하지만 오히려 사고를 은폐·축소하고 내부자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권칠승 의원은 해당 사고에 연루된 직원이 23명이었지만 이중 9명은 경고 조치를 받았고, 14명에 대해서도 가스공사는 자체 징계를 통해 정직, 견책, 감봉 조치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고 징계를 받은 사람이 정직 3월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직원의 변상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가스공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법률자문 관련사항에 대한 자문을 구했으나 ‘사고 관련자들의 중과실이 인정될 경우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에도 불구, 변상위원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제 식구 감사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올해 1월에는 기존 규정에 있었던 변상심의위원회 조항마저도 삭제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권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산자중기위원장인 홍일표 의원도 김영두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변상위원회 폐지 경위에 대해 답변을 준비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인천 연수구 LNG인수기지에서 지난해 11월 5일 오전 7시 30분경 발생한 저장탱크 LNG누출사고는 선박의 LNG를 저장탱크(1호기 용량 10만㎘)로 하역하는 과정에서 액 위기 고장으로 탱크가 넘쳐 5분간 액상의 가스누출된 사고였다.

권칠승 의원이 질의를 위해 준비한 자료들.
권칠승 의원이 질의를 위해 준비한 자료들.
권칠승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는 김영두 한국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
권칠승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는 김영두 한국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
권칠승 의원이 공개한 가스공사의 직원 책임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
권칠승 의원이 공개한 가스공사의 직원 책임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
올해 1월 1일 돌연 삭제된 가스공사의 변상위원회 관련 조항들.
올해 1월 1일 돌연 삭제된 가스공사의 변상위원회 관련 조항들.
권칠승 의원의 질의를 마친후 홍일표 산자중기위 위원장이 김영두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변상위원회 폐지 경위에 대해 답변을 준비하라고 별도 주문하고 있다.
권칠승 의원의 질의를 마친후 홍일표 산자중기위 위원장이 김영두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변상위원회 폐지 경위에 대해 답변을 준비하라고 별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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