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부산·서울·대구·창원·목포 등지에서 다채롭게 열려
회화 조각 사진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 한눈에
“각 지역 비엔날레 개최는 과잉” vs “관객 선택 폭 넓어졌다”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전국에 비엔날레(Biennale) 열풍이 거세다. 비엔날레(Biennale)란 2년에 한번 열리되 실험적인 시각문화예술로 소통하는 국제 미술 전시회를 일컫는다. 120년 이상 지속된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10~11월에 서울과 광주, 부산, 대구, 창원, 목포 등지에서 각각 대규모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제12회 광주비엔날레(11월 11일까지)', '제10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11월 18일까지)', '제9회 부산비엔날레(11월 11일까지)',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10월 16일까지)', '제4회 창원조각비엔날레(10월 14일까지)', '제1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10월 31일까지)' 등이 그것이다.

평가도 각양각색이다. 일부에서는 국고 낭비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지역민들에게는 나들이 삼아 수준 높은 국제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각 비엔날레를 찾아가보았다.

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 작가인 쿠바의 크초의 작품 ‘잊어버리기 위하여’를 설치했다.ⓒ이화순
2018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설치된 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 작 ‘잊어버리기 위하여’(작가 크초).ⓒ이화순

2018광주비엔날레

2018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을 주제로 11월 11일까지 광주비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광주비엔나레는 사상 최초로 1명의 예술감독 중심을 벗어나 무려 11명의 큐레이터들이 협업해 7개의 주제전과 별개의 특별 전시로 구성해 최대 규모의 잔치상을 벌였다. 장소도 비엔날레 전시관 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옛 국군병원 등 다양하다.

2018광주비엔날레에서 인기를 모은 북한 조선화, 김인석의 ‘버스정류소의 소나기’
2018광주비엔날레에서 인기를 모은 북한 조선화, 김인석의 ‘버스정류소의 소나기’

1995년 창설되어 12회째를 맞은 올해 전시에서는 최초로 북한 조선화 중 대형 집체화를 볼 수 있다. 그동안 간간이 북한미술을 소개했으나, 남북 정상회담이 속개되는 정치적 분위기 속에 올해는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North Korean Art-Paradoxical Realism)전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특유의 기법을 탐구하고 발전시켜 온 북한미술이 ‘사회주의 사실주의’ 예술 사조에서 독보적인 위상에 올라 있다고 평한다.

1995년 5·18 광주민주화 정신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는 취지로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올해 전시에는 총 43개국 165명이 참여했다. 경계에 대한 이슈를 광주의 역사적 장소와 지역의 문화 현장에서 시각적으로 펼쳐냈다.

미아오 잉의 ‘친터넷 플러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풍자한다. 서현석의 ‘잃어버린 항해’는 1966년도 서울 중심부에 세워진 세운상가의 역사를 살펴보고, 선우 훈의 ‘평면이 새로운 깊이다 2018’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평면 화면에 픽셀 형식으로 담아낸다.

2018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수퍼플렉스의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2002) ⓒ이화순
2018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수퍼플렉스의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2002) ⓒ이화순

난민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톰 니콜슨의 ‘나는 인도네시아 출신입니다’와 수퍼플렉스의 ‘외국인 여러분, 제발 우리를 덴마크 사람들하고만 남겨두지 마세요’ 등의 작품들이 시사점을 남긴다. 광주 동구의 아시아문화전당은 그나마 전시 공간이 넓고 동선이 매끄러워 감상하는데 수월하다. 쿠바 작가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해변에 떠내려온 중고 물품을 이용한 작품으로 1995년 광주 비엔날레 첫회에 전시됐다가 다시 광주를 찾았다. 나라 요시토모가 일본 마을인 토비우에서 머무리면서 진행한 커뮤니티 프로젝트 최신작도 복합 4관에서 만날 수 있다.

주옥같은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펼치다보니 전시 주제를 관통하는 흐름이 흔들리고 난해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외부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이 1인당 3소절씩 부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귀스탱 모르의 ‘말할 수 없는 것들’(I Have No Words) ⓒ이화순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외부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이 1인당 3소절씩 부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귀스탱 모르의 ‘말할 수 없는 것들’(I Have No Words) ⓒ이화순

2018부산비엔날레

11월 11일까지 열리는 2018 부산비엔날레(예술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에는 34개국에서 65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올해 비엔날레 주제인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에 맞춰 물리적, 심리적 분리를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전시장에서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작품 헨리케나우만(Henrike Naumann) 2000
2018부산비엔날레 출품작인 헨리케나우만(Henrike Naumann)의 '2000'(2018)

독일 작가 헨리케 나우만은 19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 붕괴와 통일 이후의 상황,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 현상을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보여준다. 싱가포르 작가 밍 웡은 중국과 홍콩의 경계에서 날카롭게 나타나는 분리를 다룬다.

앙골라 출신의 킬루안지 키아 헨다의 작업도 흥미를 끈다. 작가는 도려내고 싶은 과거 식민지 시대의 기억을 반추하는 모뉴멘트 작업을 펼쳤다. 영국 미술 전문매체 아트리뷰(Art Review)가 선정한 '2017파워 100'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작가 히토 슈타이얼, 지난해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한 사진작가 울리히 뷔스트, 세계적인 영화감독 샹탈 애커만 등의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2018부산비엔날레를 찾았다.

임민욱(Minouk LIM)작가의 ‘만일의 약속’
임민욱(Minouk LIM)작가의 ‘만일의 약속’(2015년작 재구성)

임민욱 작가는 2015년에 발표된 '만일의 약속'을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였다. 부산 태생의 정윤선 작가는 한국전쟁 초기 부산에서 발발한 비극적 역사인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관객들과 함께 직접 찾아가는 '셔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원준(39)은 영상 설치작품 ‘나의 리상국’(2018)을 공개했다. 천민정(45)의 설치작품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는 북한에서 인기있는 암거래 품목인 초코파이를 팜아트 스타일로 설치한 작품이다. 오리온에서 협찬 받은 초코파이 10만개를 남북분단의 아픔과 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관람객들이 초코파이를 직접 먹을 수 있어 관객 참여도가 높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장 모습.ⓒ서울시립미술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모습.ⓒ서울시립미술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구. SeMA 비엔날레)는 11월 1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로미디어캔버스에서 열리고 있다. 2000년 ‘미디어_시티 서울’이라는 명칭으로 개막한 이후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짝수 해마다 열리는 서울시의 대표적 미술 행사 중 하나로 미디어아트와 기술의 중심지로서 서울의 모습을 반영하고, 미디어의 개념을 확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에 주목해 왔다. 올해 비엔날레는 기존의 1인 감독 기획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이하. 콜렉티브)들과 함께 다중지성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총괄할 콜렉티브는 김남수 무용평론가, 김장언 독립큐레이터, 임경용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상 총 4인)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추천및 선정 위원회를 거쳐 선택됐다.

이번 비엔날레는 불안과 의문이 팽배한 사회 풍토 속에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고찰하고, 동시대 예술에서 만들어지는 교류와 통섭을 기반으로 특정 소수계층의 전유물을 벗어나 소통의 매개체로서 예술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제안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장 모습.
2018대구사진비엔날레에 전시된 남아공 작가 논시케렐로 벨레코의 사진. 도시와 패션의 흐름을 포착했다.  ⓒ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8대구사진비엔날레는 '역할극-신화 다시 쓰기'(Role-Playing- Rewriting Mythologies)를 주제로 10월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대구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주제는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에 근거해 사진 역할과 위상을 고찰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예술감독은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루마니아관 감독이자 독립큐레이터겸 평론가, 국제현대미술큐레이터협회(IKT) 전 회장인 아미 바락이 맡았다. 아미 바락 예술감독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웹과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에 침투한 사진은 모두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고 현실을 복제하는 본래 목적과 달리 재구성돼 강력한 힘을 획득했다"며 "사진은 자연과 예술로 구성된 세계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나가고 있으며, 모든 것은 데자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앤 콜리어(미국), 머이라 데이비(캐나다), 오마르 빅토 디옵(세네갈), 티에리 퐁텐(프랑스), 심린 길(싱가포르), 보리스 미카일로프(우크라이나) 등의 작품을 초대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한 조형물.
2018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장인 용지공원 유어예 마당에 설치된 안종연 작품 '아마란스'.

2018창원조각비엔날레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인 2018창원조각비엔날레(총감독 윤범모)는 10월 14일까지 열린다. 4회째를 맞은 이번 비엔날레는 ‘불각(不刻)의 균형’을 주제로, 13개국 7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 구성은 본 전시와 특별전으로 이루어졌다. 본전시는 용지공원의 ‘불각의 균형’, ‘유어예(遊於藝)’와 성산아트홀의 ‘파격(破格)’으로 구성됐다.

울프강스틸러(Wolfgang Stiller)의 영구설치작품 3 Matchstick men Bronze
울프강스틸러(Wolfgang Stiller)의 영구 설치작품 '세 성냥개비 남자들'(Bronze, 2018).

외국 작가로 벨기에의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 윔 델보예, 루마니아의 국민작가 미르치아, 미국의 폴 샬레프, 독일의 울프강 스틸러 등이 참여한다. 용지공원은 비엔날레 이후, 출품작품과 함께 하는 조각공원으로 조성된다.

이이남의 ‘피노키오의 거짓말’(The Lies of Pinocchio),
이이남의 ‘피노키오의 거짓말’(Painted Bronze, 400 x 100 x 180cm,2018).

국내 작가로 구본주, 유어예 마당을 구현하고 있는 안종연, 오채현, 조숙진, 윤영석, 이이남, 김청윤, 임영선, 서용선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국내 작가들의 조각 작품들이 설치됐다.

성산아트홀 실내전시에서는 ‘파격’이라는 부제로 36개 팀 135작품이 설치됐다.

특별전은 ‘자연 속 위안’ 주제의 ‘김포·실비아 특별전’(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기획 Odelette Cho), ‘젊음의 심연_순응과 탈주 사이’를 주제로 한 미디어 특별전(창원의 집·창원역사민속관, 기획 이정아 큐레이터) 등으로 마련됐다.

관람객들이 수묵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관람객들이 수묵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작품 이승연 '산음'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총감독 김상철)는 올해 처음 개최하는 수묵 테마의 국제미술행사이다. ‘오늘의 수묵, 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를 주제로 이달 31일까지 목포와 진도 일원 6개의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목포와 진도 6개의 전시관에는 국내외 작가 266명(국내 209명·국외 57명) 작품 312점이 걸렸다. 남도산수화 및 전통산수화의 새로운 해석과 시도, 미디어아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전통산수에서 실경산수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작품 등이 출품되었다.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전시 개막 이후 27일까지 관람객은 1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추석 연휴에만 5만7000명이 다녀갔다.

1관(목포문화예술회관), 2관(노적봉 예술공원미술관), 3관(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 갤러리)은 목포에 마련됐다. 4관(남도 전통미술관), 5관(금봉 미술관), 6관(옥산 미술관)은 남종화 본산인 진도 운림산방에 자리 잡았다.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인 박종갑의 '바람_Wind'(나무판 위에 수묵, 244x360, 2017).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인 박종갑의 '바람_Wind'(나무판 위에 수묵, 244x360, 2017).

체류형 창작 활동인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국제적 수묵수다방'(國際的水墨數多芳), 전국 미술 전공 대학생들이 꾸민 '수묵-아트 월' 등은 다양한 작품 생산층을 흡수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하지만 수묵의 대중화를 실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흐름이었고, 예정된 작품 초청이 무산된 점, 전용 전시관이 없어 매주 월요일 휴관과, 목포와 진도에 분산된 전시 동선은 불편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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