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의 더불어사는 세상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외국여행을 하다가 애국가나 아리랑을 듣게 되면,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주요한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를 하게 되면, 온 나라가 한 덩어리가 된다. 정치나 경제적으로 혼란스럽다가도 단결하고 모두 애국자가 된다. 더구나 어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모욕한다거나, 일본이 독도를 넘본다면, 국민들은 하나로 뭉쳐 분노한다.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근세에 일본에게 국가를 잃고 온갖 수모와 고난을 겪었다. 많은 국민들이 일본 통치에 항거하다가 잔혹한 고문과 죽음을 당했다. 그래도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2천 년 가까이 국가 없이 유랑했던 이스라엘민족은 더 심한 고초를 당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갖은 학대를 다 감수해야 했다. 더욱이 2차 대전 때 히틀러정권은 아무 죄도 없는 이스라엘 민족을 600만 명이나 학살을 했다. 그래도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란 일반적으로 ‘일정한 영토를 보유하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을 가진 집단’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 흩어졌던 유대민족이 옛 터전에 몰려들어 영토를 확보하고, 주권을 가지면서 국가가 되었다. 세계에는 2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있다. 조그만 섬나라도 있고, 큰 대륙국가도 있다. 단일 민족 국가도 있지만, 여러 민족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나라도 있다. 연방국가도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 세계를 보면, 나름대로 질서와 지혜가 축적되어 있다. 자기 집단 내에서는 서열이 있고, 역할 분담이 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공격할 때에는 전략이 있고, 협력이 있다.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하지만 사자에게 뒤지지 않는 하이에나가 있다. 서로 협력하여 집단의 능력을 높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단 사회를 이루게 되고, 집단 내에 질서를 만들고, 집단끼리 서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조그만 부족이나 도시가 국가로 형성되었다. 국가란 구성원인 국민들에게 생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군주정도 있고, 공화정도 있다. 민주정도 있고, 전제정도 있다. 유형이 같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많다. 옛날 왕에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무소불위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났다. 오늘날에는 민주 국가가 대세가 되었다. 국가운영 방식의 차이는 사회질서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외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의 차이라 하겠다. 이런 방식 중에서 효과가 좋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방식이 점차 강대해져서 대국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영토를 넓히는 일이 중시됐다. 야경국가다. 그러나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도둑이 들거나 사고가 났을 때 그리고 천재지변이 났을 때에도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체가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요즈음엔 복지국가를 넘어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선언하는 초복지국가 시대가 됐다.

사회가 발달하고 인권이 고양되면서 국가의 역할은 계속 진화되고,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더욱 많아졌다. 국가가 강대해져도 대다수의 국민이 편안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좋은 나라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일자리, 주택, 교육, 질병, 노후 대책 등이 중요해졌다.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들의 요구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자체는 실체가 아니다. 국민이 잘 하고 세금도 많이 내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설파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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