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 울리는 보이스피싱 주의해야
[기자수첩] 서민 울리는 보이스피싱 주의해야
  • 이화순 기자
  • 승인 2018.10.0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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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대출,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이라면 의심
“신용등급 상향 위해 공탁 걸라”며 은행·금감원 전화까지 스파이 앱으로 낚아

K모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전이 필요해 대출을 받으려다가 오히려 16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사기당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며 작은 기획사를 하고 있는 지식인이 요즘 흔하게 주의보가 나도는 보이스피싱에게 당하다니. 과연 어떤 수법이길래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나 물었다.

“추석 밑에 돈이 급하던 참에 W저축은행 여의도지점 영업 담당 L모 부장이 ‘고금리를 저금리로 대환대출해준다’고 하는 거에요.”

사업을 하다가 받을 돈은 못받고 줄 돈은 재 깍재깍 챙겨주다보니 빚이 쌓여 급전으로 연 24%의 이자를 줘야 하는 S대부업체 돈까 지 쓴 차에 연 7%대의 W저축은행 L부장 대출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처음에 4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더니, 잠시 후 K의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서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S대부업체에서 빌린 1000만원과 카드론 400만원이 걸림돌인데 이중 얼마라도 갚아야 한다고 했단다.

그리곤 개인이 갚으면 대출 흔적이 그대로 남아서 등급 상향 조정이 안되지만, 금융권끼리는 원초적으로 대출 행위한 흔적까지 지워주는 것이 있다면서 일단 200만원을 갚으라고 했단다.

처음엔 200만원이 큰 돈이 아니어서 돈을 꿔서 갚았는데 계좌번호가 S대부업체 공식 계좌가 아니어서 의심이 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끼리 어렵사리 해주는 것 이고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라서 담당자의 계좌로 하고 있다. 의심이 나면 금감원 1332번호로 문의를 해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금감원 1332로 전화를 했더니 목소리를 팍 낮춘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W저축은행 L부장의 말과똑같은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까지 확인이 된데다가 급한 마음에 200만원을 넣고 대출금을 해 달라고 요청하니 이번에는 “내부에서는 결제가 났는데, 금감위에서 신용등급이 아직도 낮아 컴퓨터상 진행이 안된다”며“다시 400만원을 넣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K후배가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꾸어 400만원을 다시 넣었다는데... 결국 다시 똑 같은 얘기를 듣게 됐다.

이번에는 금감원 프로그램상 신용등급 문제가 걸리니 이를 위해 공탁금 1000만원을 넣고, 대출을 받은 후 2~3일 후에 10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금감원 대표전화 1332로 전화해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하니 전날 통화한 그 목소리의 남자가 받아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더란다.

돌다리도 두려간다는 심정으로 금감위 다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계속 통화중이고, 지인을 통해 금감원에서 일했던 선후배를 찾아 물어보려고 해도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더란다. 결국 "대출 완료 후엔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시 송금했다는 것.

너무 늦어서 다음날 아침에 대 출 진행을 하자는 W저축은행 L부장의 말에 의심이 가서, 다음날 일찍 경찰서를 찾아간 K 후배.

경찰은 포스터를 보여주면서“대출을 해주면서 대환대출이니 돈을 일단 송금하라느니 하는 건 전부 사기”라고“전화를 건 쪽은 주로 중국 조선족들이 많고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조직적으로 사기치는 집단이다. 돈 입금시킨 계좌에 돈이 들어있어야 그나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단다.

경찰과 은행을 쫓아다니면서 고소를 했으나 이미 자신이 송금한 돈은 대포통장인지 그 통장 주인들이 다 돈을 빼간 상태였다고 한다. 아직도 사건 해결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후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중에 다른 전화로 금감원에 신고를 했더니, 금감원에서 사기 수법을 물었단다. 금감원 담당자 왈 "스파이 앱을 원격으로 깔아서 고객의 전화까지 중간에 낚아채가는 신종 사기가 생겼다. 아마 금감원으로 전화해도 다른 곳으로 전화가 걸렸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W저축은행도 사칭한 그 사기꾼은 W저축은행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한 톡을 깔아서 K 후배와 접속한 후에 후배의 휴대폰에 원격으로 스파이 앱을 깔고 후배의 금감원 전화 마저 해킹해 그 사기꾼들이 금융 관계자나 기관원으로 가장해 대화를 한 것이다.

따끔한 결험을 한 후배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이나 대출을 전제로 일부 돈을 송금하라는 둥 하는 건 모두 사기다'라고.

무서운 세상이다. 결코 쉽고 편한 길은 없다. 달콤한 말에 속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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