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개정안 의견수렴 공청회
이해관계자간 의견차 ‘확연’
대기업, 경영활동 저해 ‘불만’
중기·소상공인, 대체로 ‘환영’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공정위가 변화하는 경제 환경과 공정경제·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무려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는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학계·국회·경제계 토론회 등을 거쳐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전면개정이라고 말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중견·대기업에서는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11번째이자 마지막 공청회를 개최했다.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도 지난 4일로 경과했다. 공정위는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늦어도 11월말까지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뭐가 바뀌었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청회에서 “경쟁법 집행에 경쟁원리 도입, 예측·지속가능한 대기업집단 규율체계 구축, 법집행의 신뢰성·투명성 강화, 혁신생태계 구축 뒷받침 등 이번 전부개정의 기본원칙”이라며 “향후 30년간 우리 경쟁법 집행을 좌우하게 될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법 위반 억지력 제고 및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형사·민사·행정 등 다양한 집행 수단을 제도화해 경쟁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했다. 핵심골자는 ▲전속고발제 개편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손해배상소송에서 기업의 자료제출의무 부과 ▲과징금 부과 수준 조정(2배 상향) 등이다.

담합행위는 현재 전속고발제가 있어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나 개정안은 가격담합, 공급제한담합, 시장분할담합, 입찰담합 등의 4가지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했다. 즉,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도 검찰의 독자적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민사적 구제수단 확충을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가 법원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금지청구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는데, 법원에 곧 바로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손해배상소송 시 손해 및 손해액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보다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분야에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한다. 위반행위 유형별 부과기준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2배 상향 조정키로 했다.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대기업집단의 규율 체계를 구축하고자 ▲경직적 사전규제 탈피 ▲예외적 사례를 이유로 한 과잉규제 지양 ▲타 부처 규율 수단과의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회피 등에 대한 지적이 커왔던 사익편취 규제를 위해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회사 구분없이 20%로 일원화 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시켜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했다.

신규 설립·전환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 30%로, 비상장 50%로 기존대비 10% 상향조정한다. 기존 지주회사가 신규 편입하는 자·손자회사가 있는 경우도 개정안대로 지분율 요건이 10% 상향 적용되지만, 법 시행일 전에 지배하던 자·손자회사는 합병·분할·분할합병 등에 따라 설립 또는 존속되는 자·손자회사가 되는 경우는 기업구조조정 촉진 차원에서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세법상의 규율을 통해 기존 지주회사의 자발적인 상향을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원칙 금지하되, 상장회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규제 준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년 유예 기간 부여 후, 3년에 걸쳐 30%에서 5%씩 단계적으로 한도를 축소해 15%로 맞출 예정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해소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신규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에 한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도입했다.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금융·보험사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 및 영업양도 등을 예외적 의결권 행사 사유에서 제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당국의 역할을 강화하고, 신산업 분야에 대한 분석 역량을 제고한다.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의 설립 요건 및 행위 제한 규제를 풀었다.

자회사 지분 보유 비율을 자회사 단계에서 설립시 상장·비상장 20%, 손자회사 단계에서 설립시 상장·비상장 50%로 완화한다.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을 폐지하고,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산 총액 요건인 5000억원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신산업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 인수 등이 현행 기업결합 신고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인수가액’이 큰 경우 기업결합 신고가 되도록 신고기준을 보완했다

지난달 38일 공정위는 38년만에 전면개정을 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38일 공정위는 38년만에 전면개정을 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中企중앙회, 전체적으로 ‘환영’

중소기업계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자료제출명령제 도입 등 중소기업계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반영돼 대체로 만족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며 가장 우려하는 것이 전속고발권 개편으로 꼽았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전속고발권이 고소·고발의 남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가격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전면폐지를 하게 되면, 공정위·검찰이 중복수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성담합은 현행과 같이 공정위가 조사해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필요시 검찰이 수사해 기소를 해야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검찰이 우선수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본부장은 “경성담함 폐지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의 ‘생계형 영세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에 대한 부당 공동행위 배제 적용’과 함께 병행 논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헌 중기업중앙회 부장은 “대기업 규제가 자칫 대기업과 협력중인 중소기업에게 불똥이 튀어 어려움이 가중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聯, 불공정거래 포함해야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대기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상공인과 소상공인 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라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해소방안으로 권 부회장은 공정위의 권한을 해당부처에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기부에 소상공인 불공정거래에 대한 분쟁조정 권한 조정권과 조사권을 부여하고 소상공인이 관련되는 만큼 소상공인연합회에 관련된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영세소상공인이 이러한 불공정거래피해가 많다는 점과 스스로 자기 구제를 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공정위 및 구제절차에 영세소상공인들이 접근용이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온라인 상권공정화를 위해 네이버, 다음 등 온라인 포털대기업의 대규모 기업집단지정 요건을 차등완화하고 부당행위를 구체적·유형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4차산업 육성해야

이정민 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업의 지분관계 및 투자 등 영업행위에 대한 사전적 요건을 강화해 대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제약하기 보다는 개별 행위의 공정성 여부에 정책에 초점을 두고 사후징벌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주회사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조정에 대해 “대기업과 벤처생태계간의 오픈 이노베이션 실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면밀한 검토와 시행령 등을 통해 對벤처기업 예외규정 등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를 당부했다.

대한상의, 부작용 최소화해야

“부작용 줄일 디테일의 묘(妙)를 살려달라.” 경제계를 대변하는 대한상의의 첫 마디다.

대한상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전속고발제 개편 ▲정보교환 행위 담합추정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형사처벌 조항 정비 등 5개 분야에 대한 개선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전속고발제 개편에 대해 ”공정위, 검찰이 기업을 이중조사 하는 경우나 양 기관간 판단 차이에서 발생하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OECD 주요국은 사법부에 앞서 경쟁당국이 1차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발남용에 대한 방지책, 중복조사금지, 기관간 판단차이 발생시 조정방법, 검찰의 수사범위 등을 제도상 명문화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 대한상의는 정보교환 행위와 담합을 동일시 추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시행시기를 유예하고 허용되는 정보교환 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다. 더불어 정보교환 행위를 형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의 검토도 요청했다.

중견기업, 개편안 ‘글쎄’

전속고발제 개편에 대해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은 “고소·고발 남용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처럼 별도의 법무팀이나 공정거래전담부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고소·고발 증가는 경영활동 위축과 중복수사에 따른 경영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개편안에서 과징금 상향조정에 대해 박 본부장은 “2배는 과하다”며, “그럼 형사 처벌규정은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시정조치 또는 행정의무 불이행죄, 그리고 공정위의 활동을 담보하기 위한 형벌의 사용은 과잉입법이다”며 “형법의 최후수단성과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교환을 통해 담합을 했다는 추정만으로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되는 과잉처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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