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의 문제점
공공구매 시 ‘中企직접생산 확인서’ 거부할
법리적 근거 제공...가짜 장애인업체 양산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중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시행중인 ‘중증장애인 생산품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의 허점을 중기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제도는 장애인 고용창출을 위해 공공기관이 매년 구매물품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구매하고, 장애인 직접 생산품에 한해서만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관련, 심사기준 3조 1항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생산품 직접생산 확인과 관련된 고시에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을 준용한다”고 규정한 뒤, 2항에서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갖추지 않더라도, 생산시설 소속 근로자의 노동력만으로도 제품을 생산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직접생산을 인정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직접 생산품’ 확인서 발급 및 사후 관리감독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근로자의 노동력만으로도 직접생산을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결국 가짜 중증장애인 업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기간 때만 장애인들을 일시적으로 불러들여 심사를 통과하고 다시 내보내는 근거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중증장애인 제품 우선구매의 혜택은 장애인이 아닌 제3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8일 보건복지부가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직접생산 관련, 중소벤처기업부에게 보낸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중기부는 “보건복지부가 발급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서’로 직접생산 확인을 갈음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 생산제품 구매 시, 공공구매 신청 기업에게 보건복지부가 발급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서’와 함께 중기부가 발급한 ‘직접생산확인 증명서’를 동시에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중기부의 답변으로 공공기관의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증장애인 업체들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서’와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동시 제출을 거부할 법리적 근거를 중기부가 마련해 준 셈이다.

중기부 주관의 ‘직접생산확인’ 제도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현재 중기부는 총 12개 산업군, 800여개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중기부는 중기중앙회에 관련 업무 전반을 위탁하고 있으며 중기중앙회는 산하 협동조합들에게 적격 여부를 확인한 후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직접생산확인증명 제도의 허점들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종은 각종 조경 관련 품목에서 많은 편법들이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중소기업이 중개 차익만 취하고 다른 하청업체를 쓴다든지 중국산 제품을 납품하는 등 직접생산확인증명 편법 사례도 다양하다.

모호한 ‘직생제도’... 건실한 중기 피해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중기부의 보건복지부 질의 회신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생산 확인제도에 대한 현장에 맞는 정책적 보완을 강화해야 할 중기부가 오히려 ‘직접생산 확인제도’ 요건을 더욱 느슨하게 해 줌으로서, 건실하지만 유망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는 “중기부가 중소기업 보호,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보건복지부 역할까지 수행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8년 중증장애인 시설을 시작으로 중소기업(2010년), 여성기업(2014년) 등에 대해 우선구매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기관 의무구매 비율은 중소기업 제품은 총 구매액의 50%, 여성기업 제품은 5%, 중증장애인 제품은 1%로 법제화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생산품은 법으로 강제하지 않지만 권장 구매비율을 3%로 규정하고 있다.

이중 중증장애인 제품과, 중소기업 제품 중 ‘중기간 경쟁 품목(대기업진입금지 품목)’ 제품은 반드시 직접생산 확인을 거쳐야 한다. 공공기관 의무구매 수행 실적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여러 심사를 통과한 업체일수록 구매비율을 맞추기에 유리한 것이다.

다음으로 직접생산 심사를 많이 거칠수록 위장 업체를 거르기가 쉽다. 사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업체의 현장실사를 통해 직접생산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복지부 또는 중기부가 발급하는 증명서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증명서를 많이 발급받은 업체일수록 직접생산의 신뢰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모 지자체 공공구매 관계자는 “공공구매를 신청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중증장애인 업체이면서도 사회적 기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구매를 포기한 A기업의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과 사회적기업 동시 충족을 입찰자격 조건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4월, 수원지검은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한전을 속여 전선관 등 481억원 상당을 납품한 업체 3곳을 적발해 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허위로 중증장애인 출근 현황표를 작성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고,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지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모 장애인단체 대표는 업체로부터 납품 매출액의 3%를 받는 조건으로 협회 명의를 빌려줬다가 사기방조로 함께 기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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